신조어 탄생 예감이다. ‘시트코맨스’(시트콤+로맨스)로 부르면 적절할까. 시트콤 뺨치는 코믹한 상황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고, 그러는 사이 달달한 로맨스가 피어오른다. 사회적 문제를 아프지 않게 꼬집는 희극의 순기능까지 갖춘 모습이 ‘로코물(로맨틱코미디)’의 업그레이드버전을 보는 듯하다.
오글거리는 멜로라인보다 코믹한 상황에 무게를 뒀다는 점이 기존의 ‘로코’와는 차별화되는 지점. 한바탕 웃기다가 별안간 찾아오는 두근거림이 설렘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이런 연출은 대놓고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것보다 오히려 세련됐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코믹하지만 ‘싼 티’가 나지 않는 다는 것도 인상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플래시백의 적절한 활용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고, 보기 좋은 영상미와 탁월한 BGM 선택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며 완성도를 높였다. 높은 취업의 문, 외모지상주의의 현실 등의 사회문제를 유쾌하게 꼬집어낸 점도 높이살만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이 바로 황정음이다. 황정음은 특유의 매력과 연기력으로 지난 16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하드캐리’했다.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 고준희와 박서준, 최시원 역시 빈틈없이 훌륭했지만, 시선을 강탈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만들어내며 극을 이끈 건 단연 황정음이었다.
연기를 위해 외모를 포기하고 철저히 망가지는 여배우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폭탄을 맞은 듯한 헤어스타일, 얼굴에는 주근깨가 한 가득이었지만 황정음, 그녀는 확실히 예뻤다.
이 드라마는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찌질녀'로 역변한 혜진(황정음 분)과 뚱보 찌질남에서 '완벽남'으로 정변한 성준(박서준 분)의 숨은 첫사랑 찾기에 ‘절친’ 하리(고준희 분)와 넉살끝판 동료 신혁(최시원 분)이 가세하면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
방송 시작과 함께 황정음은 시선을 강탈했다. 홍조 띈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후줄근한 패션,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파격(?) 변신한 모습. 호프집에서 맥주를 서빙하는 장면이 한껏 차려입고 호텔에서 풀파티를 즐기는 고준희의 모습과 교차적으로 보여지며, 좀 더 비참하게 그려졌다.
그럼에도 황정음이 연기하는 혜진은 매력적이었다. 푼수 같으면서도 묘한 호감을 주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인상적. 친구를 알뜰하게 챙기는 의리 있는 모습도 호감이다.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케미’도 훌륭하다. 절친한 친구인 하리와는 남자들보다 진한 우정을 자랑하고, 신혁과는 첫 만남부터 포복절도하게 하는 웃음을 만들어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바다.
아직 본격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박서준과의 호흡도 기대를 모으는 포인트다. 두 사람은 앞서 ‘킬미힐미’를 통해 남매인 듯 연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어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혜진'은 황정음을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낸 것. 종전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코믹한 표정 연기와 첫사랑의 설렘을 제대로 그려낼 줄 아는 능력이 이제는 독보적이다.
물 만난 고기 같은 황정음의 모습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정음은 이번에도 옳았다./joonamana@osen.co.kr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