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연쇄쇼핑가족‘ 이영자, 아픔도 개그로 승화시킨 ’뼈그맨‘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9.17 06: 52

이영자는 역시 뼛속부터 개그맨이었다. 사업 실패담과 혼자 살아가야 할 노후에 대한 대비 얘기 등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의 이야기조차 재치와 웃음으로 승화시킨 그에게 ‘뼈그맨’이라는 칭호는 결코 아깝지 않았다.
지난 16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연쇄쇼핑가족’에서는 이영자, 박명수, 박지윤, 써니, 박원이 게스트 유상무, 정경미와 ‘창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영자는 고깃집 창업에 실패했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야심차게 소고기 집을 차렸지만 그의 가게 이름은 ‘영자나라 돼지만세’였다. 소고기를 팔아야 매출액이 뛰는데 간판 때문에 돼지고기만 줄창 팔렸고, 단가가 비교적 낮은 돼지고기와 찌개, 반찬, 후식까지 제공하다 보니 팔면 팔수록 망하게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망해가던 가게의 결정타는 계약 실수였다. 가게의 건물주와 땅주인이 달라 ‘영자나라 돼지만세’의 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주유소가 들어서게 됐고, 손님들은 이영자의 가게에 가기 위해 담을 넘어야만 했다. 암담했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도 이영자는 “맛은 얼마나 있었는지 담 넘어 오긴 하더라”며 월담을 해서라도 자신의 가게를 찾았던 손님들 얘기로 웃음을 줬다.
이어 이영자는 노후 대비 얘기를 하며 신세 한탄으로 스튜디오를 웃프게 만들기도 했다. 창업과 관련해 보증금과 권리금, 임대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출연진들을 지켜보던 이영자는 두통을 호소하며 “나는 장사 한 번 크게 망해서 이런 거 안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주택 연금으로 노후 생활을 할 예정이라는 그는 “물려줄 자식이 있어? 뭐가 있어?”라며 자신의 평소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고, 정경미에게 “성공 스토리 얘기하는데 왜 이렇게 슬퍼지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했다.
한편 ‘영수증 토크’ 코너에서는 이영자의 신랑 신부 한복 맞춤 영수증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결혼 발표를 하는 것이냐며 반색하는 출연진들 앞에서 이영자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하며 “꼭 오셔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이내 그 영수증은 조카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모두를 맥 빠지게 했다. 7년을 데리고 있으면서 딸처럼 키운 조카를 위해 준비한 한복의 인증 사진까지 공개한 이영자는 “내가 환갑이 넘으면 나한테 가져간 돈도 있으니까 월급에서 한 달에 30만 원씩 주기로 했다”며 조카와 한 약속을 얘기했다. 이에 박명수는 “얼마 안 있으면 60세인데 연금 탄다는 생각으로 하셨군요”라고 덧붙였고, 이영자는 “연금은 65세부터 타게 해 놨다”며 철두철미한 노후 대비책으로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영자의 개그는 늘 편안하다. 그는 남이 아닌 자신을 깎아내리며 웃음을 선사하고, 그가 출연한 방송은 그의 존재만으로 부드러운 분위기가 된다. 특유의 넉살과 셀프 디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진 이영자는 그가 대한민국 대표 여자 개그우먼으로 꼽히는 이유를 이날도 어김없이 증명해냈다.
한편 JTBC ‘연쇄쇼핑가족’은 선택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의 소비 욕망을 낱낱이 분석하는 신개념 쇼핑 심리토크쇼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연쇄쇼핑가족’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