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정경호에 밀려 늘 못생긴, 혹은 늙은 정경호라 말한다는 감초 연기자 정경호. 비록 인지도에는 밀렸지만, 누구도 생각지 못한 표현력과 차분한 성격, 중국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연기를 위한 노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는 김장훈, 정경호, 김용준, 박휘순이 출연했다. 이날 정경호는 근황 토크에서부터 독특한 표현법으로 눈길을 모았다. 자신을 자본 잠식 상태라고 밝힌 그는 “영화판에서 한 때는 수요가 많았다”는 김구라의 설명에 “대륙 진출을 시도했다. 진출은 잘 된 후에 가는 게 진출인데 저는 개척이었다. 3년째 잠식 상태”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토크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나 소녀시대 수영의 연인이자 배우 정경호와 얽힌 일화였다. 동명이인인 농구선수, 축구선수까지 소환되기도 한 가운데 정경호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없이 MC들의 말을 받아 치며 굴욕담을 공개했다. 뮤직비디오 관계자가 실수를 해도 “괜찮다. 하루에도 5, 6번씩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는 일화 역시 그의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성격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박휘순이 이름을 바꿀 생각은 안 했냐고 묻자 그는 “안 그래도 이름 바꾸려고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찍을 때 박용우 형에게 ‘정경호 씨가 연기도 잘하고 나를 몇 배 뛰어넘었다’며 물어봤다. 그런데 박용우 최강희 두 사람 모두 반대했다”고 대답했다. 도곡동 원주민을 내쫓고 아파트가 들어선 격이라는 비유에 정경호는 “용역들이 밀어내는 바람에 쉽게 저항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밀려놨다”고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정경호는 이름에서는 밀렸지만, 코믹 악역 분야의 감초 진국 배우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동했으며 현재까지는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에 출연을 한 바 있다. 또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영화, 드라마, 연극을 다 해 본 최초의 배우이기도 하다.
초반 그가 언급했듯 중국 개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던 그는 중국어까지 배우는 등 운이 아닌 노력과 탄탄한 실력으로 중국까지 진출을 했다. 물론 최시원 홍수아와 함께 했던 드라마는 1년 넘게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는 하지만, 그가 현장에서 보여준 중국어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첫 삽을 떴는데 큰 돌이 나왔다는 맛깔스러운 표현력은 정경호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 자체로 매력적인 씬스틸러 정경호가 이번 ‘라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각인될 수 있기를 바란다. /parkjy@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