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김태희가 제대로 달라졌다. 그간의 답답함은 모두 떨쳐버리고 제대로 된 복수를 시작한 것. 눈빛과 표정에도 독기가 가득하다. 후반 통쾌한 전개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13회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여진(김태희 분)의 통쾌한 역습이 긴장감 넘치게 전개돼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여진의 복수전은 쫄깃했다. 오빠 도준(조현재 분)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며 결국 패배한 듯 싶을 때 태현(주원 분)이 혼인신고서를 내밀며 등장, 판도가 바뀌었다. 여진이 겹겹이 쳐놓은 덫이 도준의 약점을 제대로 잡으며 통쾌한 역습에 성공을 하게 된 것.
또 여진은 한신일렉트릭 김영미 환자의 희생을 기리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유족에게 적절한보상을 하는 것은 물론 한신일렉트릭 매각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사원들의 마음까지 완벽히 사로잡았다. 이렇게 명분까지 회복한 여진은 자신의 편에 섰던 채영(채정안 분)을 내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을 유폐시켰던 이들을 상대로 처절한 응징을 예고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아들이 여진에 의해 위협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사장(장광 분)이 국밥을 먹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던 장면은 여진의 살벌한 복수가 시작되었음을 암시,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여진은 회장 부임 후 첫 회의에서 고 사장이 자살했다는 문자를 보는 이사진들을 보며 “간밤에 누가 죽기라도 했냐”고 물으며 싸늘히 웃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USB를 꺼낸 뒤 “이제 누가 다음 고사장이 될 지 한 번 보자”며 이사진들을 한 차례 훑어보며 표독스럽게 웃었다. ‘용팔이’는 지금껏 여진을 ‘잠자는 숲 속의 마녀’라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상속녀로서의 막강한 힘을 가지기 전까지는 늘 주위 사람들, 특히 태현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에 이 ‘마녀’라는 표현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방송부터 여진은 완벽히 마녀가 된 모습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며 “지금까지의 한여진은 죽었어”라고 했던 그 말처럼 여진은 마녀로 다시 태어난 모양새다.
이와 함께 김태희 역시 이전의 불안함을 어느 정도는 탈피했다. 김태희의 연기력이 조금씩 색을 갖추기 시작한 것. 채영을 바라볼 때는 싸늘한 표정과 눈빛을, 이사진을 향할 때는 절대 권력자의 여유로움 속 표독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최근 많은 우려 속에 2회 연장을 결정 지은 ‘용팔이’는 쓴 소리를 전하는 이들 보란 듯이 통쾌한 반전 복수극으로 그간의 답답함을 깨부수었다. 이 덕분인지 시청률 역시 쾌조다.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며 또 다 한번 날개짓을 하는 ‘용팔이’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parkjy@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