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현실 도피 환상만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는 가라. 이 땅의 많은 서글픈 청춘을 위로하는데, 재미까지 있는 드라마가 찾아왔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패션잡지 편집부 인턴 김혜진(황정음 분)이 어린 시절 첫 사랑 지성준(박서준 분)을 만나면서 자아와 사랑을 찾는 이야기. 혜진은 어린 시절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성장하면서 누가 봐도 못난이로 변모했다. 혜진이 외모가 아닌 마음 씀씀이로 좋아했던 못난이 성준은 몰라 볼 정도로 멋있게 성장했다.
첫 방송은 혜진이 성준에게 실망을 안길까봐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펼쳤다. 성준과 혜진은 상사와 부하로 만나게 됐고, 성준은 혜진의 예쁜 친구 민하리(고준희 분)를 혜진으로 오해하게 됐다. 네 남녀가 정체를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랑, 로맨틱 코미디의 흔한 이야기 구성인데 일단 흥미가 넘쳤다. 혜진이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의외의 웃음 장치들이 재미를 선사했다. ‘지붕뚫고 하이킥’을 집필했던 조성희 작가는 드라마에 과하지 않는 웃음을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이를 거침 없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선을 지키며 연기한 배우 황정음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칭찬거리다.
이 드라마의 외적인 재미는 일단 이렇다. 그런데 더 깊게 파고 보면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 무거운 주제를 살짝 살짝 건들면서 흥미를 자극하는 게 참 어려운데 ‘그녀는 예뻤다’는 이 같은 깊은 주제의식과 가벼운 외관의 조화를 잘 이뤘다. 미모가 빛났던 어린 시절 혜진, 누구나에게 놀림을 받을 정도로 못난이였던 어린 시절 성준. 혜진은 성준을 첫 사랑이라고 여길 정도로 외모보다 성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짜 미인이었다. 갑자기 외모가 변하면서 자존감이 하락해서 성준 앞에 나서지 못하는 우울한 감정에 휘말렸지만, 기본적으로 혜진은 마음이 참 예쁜 20대인 것.
그런 예쁘기 그지없는 혜진에게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은 참 어지간히 큰 상처를 준다. 아픔을 후벼판 까닭에 자꾸 움츠리게 되고, 스스로 성준에게 나서지 못하는 혜진의 슬픔이 드라마 전반에 묻어나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밝은 분위기에 많이 드러나진 않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혜진이라는 20대 여자의 자존감 회복과 자아 찾기가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야기인 셈이다.
여기서 ‘그녀는 예뻤다’가 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이유가 있다. 보면서 깊게 생각하고 성찰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재밌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녀는 예뻤다’가 첫 방송부터 재밌어 대박 로맨틱 코미디의 향기가 난다는 호평을 받는 이유다. 지금의 참 아프고 갑갑한 현실에 아등바등할 수밖에 없는 20대 청춘을 따스하게 감싸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흥미로우면서도 위로를 안길 수 있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경쟁 드라마의 막강한 공세 속에서 안방극장에 강한 울림을 예고하는 진짜 이유다.
당분간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혜진을 외모로만 평가를 하겠지만 점차 진심을 알고 반성할 여지가 많을 성준의 변화 역시 드라마를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성준과 혜진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로맨틱 코미디의 판타지까지 충족시킨다면, 드라마는 현재의 다소 낮은 시청률은 전혀 개의치 않는 좋은 성적표를 받고 안방극장을 떠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jmpyo@osen.co.kr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