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번째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다며 거듭 사과하던 SBS가 또 다시 보수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이미지를 사용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일베’ 자료 오용 실수에는 방송사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걸까.
지난 16일 방송된 '한밤의 TV연예'(이하 ‘한밤’)의 '빅썰 연예계 닮은꼴 천태만상' 코너에서는 영화 ‘암살’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영화 포스터 중 독립운동가 ‘황덕삼’의 배역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미지가 이용된 포스터를 사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SBS는 즉각적으로 보도 자료를 통해 “해당 영상은 즉시 삭제했다. 방송되지 말아야 할 이미지가 어떤 이유로든 전파를 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생방송 프로그램의 특성 상 최신영화의 이미지를 급하게 찾는 과정에서 자료에 대한 검증에 소홀히 한 잘못이 있었으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사실 이러한 방송 사고는 비단 SBS 뿐만 아니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사 모두 겪은 바 있는 일이다. JTBC ‘썰전’은 바로 지난 달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첼시의 로고로 '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사용했고, KBS 2TV ‘지구촌뉴스’ 또한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 앰블럼이 아닌 故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매번 사과만 할 뿐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뭐냐며 방송사를 향해 공분을 쏟아내고 있는 상태.
하지만 방송사에게도 나름의 억울한 속사정이 있다. 방송 시간까지 촌각을 다투는 시점에서 일일이 원본 이미지를 찾아 다운로드 하는 대신, 제작상의 편이를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
더욱이 알고 봐도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합성한 '일베' 이미지는 이처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바로 나오는 자료를 활용하는데 익숙해진 제작진이 발견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일베’에서 만든 자료는 특정인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러한 방송 사고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특히 SBS는 이번이 벌써 7번째로 시청자들의 원성이 더욱 큰 상황이다. 현재 ‘일베’의 많은 사용자가 비하 자료를 제작, 기하급수적으로 퍼트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미 겪은 바 있는 방송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방송사 또한 나름의 억울한 속사정이 있을 것. 시청자들은 이를 모두 용인해줄 정도로 너그럽지 않다.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해야 할 방송사의 각별한 주의와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jsy901104@osen.co.kr
‘한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