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가 4년 만에 ‘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으로 돌아왔다. 과거 영화와 드라마와 멜로에서 보여줬던 멋있는 모습은 쫙 빼고 철부지 아버지이자 비굴한 남편으로 변신했다. 4년만에 권상우가 선택한 작품으로 의외였던 ‘탐정’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웃기고 훨씬 감동적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선택을 한 권상우에게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인 ‘탐정’에서 강대만의 옷을 입었다. 그런 만큼 영화 ‘탐정’속에서 권상우의 모습은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성동일 대신에 개그를 맡아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영화 안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밖에서 ‘탐정’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권상우의 모습에서 ‘탐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꼈다.
권상우가 애정을 가지는 대상은 영화 말고도 가정이 있다. 결혼 7년차에 접어든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모든 생활패턴을 맞췄다고 이야기 하며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였다. 결혼 한 뒤에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마냥 즐거운 사람은 없다. 그것은 권상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솔직하게 배우로서 위기라고 고백하며 그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들으면서도 항상 팬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을 잊지 않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일본과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보유한 한류스타인 권상우는 끝없이 자신과 현재를 고민하며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다음은 권상우와 일문일답
- 4년 만에 영화 복귀작으로 액션 영화도 멜로 영화도 아닌 코미디 영화인 ‘탐정’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원래부터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배우로서 관객들이 권상우를 보고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많다. ‘탐정’의 시나리오를 보고 추리하는 강대만 보다 아내인 서영희와 가정을 이뤄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더 다가왔다. 어떤 배우보다 이런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인터뷰 오기 전에도 아이 기저귀를 갈고 왔다.”
- 절친인 송승헌도 ‘미쓰 와이프’에서 아빠 역할을 소화했다. 송승헌의 연기는 어땠나?
“송승헌은 별로 망가진 것 같지 않다. 가짜인 거 티 나지 않나. 더 망가져야 한다”
- 이번 영화 ‘탐정’ 촬영장에서는 어땠나?
“예전에 영화 촬영 할 때는 제작사 대표가 누군지도 모르고 찍을 때도 있었다. 촬영하기에 바빴다. 이번 ‘탐정’은 조금 달랐다. 제작사가 집 근처에 있어서 볼 일 없어도 자주 놀러갔다. 그리고 촬영 없을 때도 늘 촬영장에 가서 성동일 선배가 촬영하는 걸 구경했다. 그러면서 다른 촬영 스태프들과도 친해지면서 촬영장 가는 게 재밌어졌다. 그걸 처음으로 깨달은 영화가 ‘탐정’이다.”
- 추리물이라고 해서 액션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액션이 없었다.
“성동일 선배도 ‘액션같이 힘든 건 권상우가 해야 되는데 왜 내가 하냐’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그러나 강대만이라는 역할 상 이번 영화에서는 액션이 없는 것이 맞다. 무리하게 끼워넣고 싶지 않았다. 대신 몸관리를 꾸준하게 하면서 권상우만의 액션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저의 액션을 많이 칭찬해주시는데 ‘말죽거리 잔혹사’때는 액션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준비했다. 이번에 액션영화를 찍게 된다면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
- 드라마를 찍을 생각은 없나?
“당분간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서 뭔가 하고 싶고 무언가 이루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사화 되지 않아서 그렇지 일본에서 1년에 3번씩 팬미팅도 하고 중국에서는 꾸준히 영화제안이 들어와서 촬영하고 있다. 다음 작품도 중국에서 영화를 찍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배우로서 한국에서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제가 올해 한국나이로 40살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자 배우들은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지 꽤 됐다. 내가 정우성처럼 멋있는 역할만 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영화를 선택했고 어떤 길을 걸어갔는지 연구하고 있다.”
- 결혼하기 전과 후에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영화와 드라마를 왔다갔다 하면서 작품이 없는 공백기에 조바심을 느낄 때마다 아내가 어른스럽게 많이 다독여줬다. 아직도 아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느낀다. 결혼 초기에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아내와 싸우기도 했다. 지금은 아내의 생활패턴에 내 생활패턴이 맞춰졌다. 예를들면 예전에는 새벽 2-3시까지 해외 축구를 보면서 깨어있었지만 아내가 일찍 자기 때문에 요새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 육아예능에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없나?
“몇 년째 예능 쪽에서 많은 제안이 들어왔다. 저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편지와 선물을 통해서 제안을 해왔다. 모두 싫다고 했다. 육아예능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삶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데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서 만들어져서 아이들과 무언가 하고 연출하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배우에게는 마이너스다”
- 권상우에게 ‘탐정’은 어떤 영화인가?
“권상우가 부활하게 될 영화다.”/pps2014@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