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수’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썰전’을 찾았다. 그는 과거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깨알 같은 농담, 진보 진영의 이철희 소장과 팽팽한 입씨름으로 방송의 재미를 더했다.
최근 ‘썰전’은 강용석의 하차 이후 후임을 정하지 않고 매주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일일 패널로 내세워 1부 정치 담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구상찬 전 상하이 총영사가 출연한 바 있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프로그램 ‘썰전’에서는 이준석이 보수 진영 논객으로 출연해 강용석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날 이준석은 앞서 출연했던 김성태 의원과 구상찬 전 의원을 언급하며 “저분들은 확실히 선거 나오시겠구나”라며 “왜 이렇게 발언을 자제하시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그게 자제한 것이냐”며 되물었고, “엄청 자제한 거다”라고 대답한 이준석은 방송 초반부터 ‘독한 혀’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이준석은 차기 대권주자들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당의 의견을 대변하며 이철희 소장과 팽팽하게 맞섰다. 그는 박원순 아들 시장의 병역 논란에 대해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의혹 해소 차원에서 재신검 받는 것”이라고 얘기했고, 이에 이철희 소장은 “한 번 더 검증을 받는다고 해서 논란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신검이 논란을 잠재울 답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계속 됐다. 대구를 기반으로 대권을 꿈꾸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 이준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세 스킬을 가지고 있다며 감탄했다. 사람 많고 호응이 좋은 시장을 공략해 최대한 빠르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다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얘기를 들은 이철희는 “그런 거 안 좋은데”라며 그 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 손학규 전 대표라고 얘기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이야기 도중 “친박 연대를 영어로 번역하면 무엇인지 아느냐“며 ”박근혜 팬클럽이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방송 초반, ‘한 때’ 새누리당의 미래, 보수 꿈나무였다고 이준석을 소개하는 김구라의 말에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64년째 왕세자 아니냐. 지금 몇 년째 다음 사람 영입을 안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자신을 왕세자에 빗댔고, 이철희 소장은 ”(지금 그래서) 황태자란 얘기냐“고 놀렸다. 이후 방송에서는 여러 번 황태자 CG가 등장해 깨알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한편 이준석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는 김무성 수첩의 K.Y사건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이준석은 “이미 K와 Y라고 지목된 분들도 낌새를 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이철희 소장은 ”대한민국 청와대가 권력․자리․공천으로 여당을 옥죄는 것이 역대 모든 정권의 공통점인데 이런 것을 저지할 수 있는 기여를 했다“며 ”대한민국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병역 비리 의혹으로 강용석에게 의혹을 제기 받았던 일, 타진요에 하버드대 졸업 학력을 의심 받았던 일, 과거 현충원 방문 당시 노타이로 참석해 비난을 받았던 일 등 자신의 실수와 의혹 등을 언급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그는 최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마이웨이’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준석은 홍준표 발언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언급하며 “정쟁을 유발하는 세력에 대꾸하지 않으면 본인이 본인에게 대꾸 안 하겠다는 말이냐고 하더라. 왜 3인칭으로 얘기하지라는 댓글도 있었다”며 정쟁으로 보일 수 있는 대척점을 오히려 홍준표 도지사가 많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개가 짖어도 개와 화합하셔야 한다”는 홍준표 발언에 대한 한 줄 평을 남기며 ‘젊은 피’다운 솔직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준석은 tvN '더 지니어스', TV조선 '강적들'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모습으로 이철희 소장과의 팽팽한 입담을 보여줬다.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채워주며 강용석의 빈자리를 채울 강력한 후보라는 사실을 입증해낸 이준석. 과연 그는 고정 자리를 꿰차며 ‘썰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 nim0821@osen.co.kr
'썰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