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리’ 정재영의 명품연기는 남았다 [종영②]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9.18 06: 51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극장을 찾은 정재영의 드라마 출연은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주연만 27편, 총 출연작 38편에 달하는 충무로 대표 배우 정재영은 ‘어셈블리’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흡인력 있는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17일 종영한 ‘어셈블리’는 정치의 본산이자 민의의 전당 국회를 배경으로 한 휴먼 정치 드라마로 ‘정도전’을 집필했던 정현민 작가의 작품으로도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현민 작가는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 전작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소 지나친 감동 코드와 정재영의 연설로 반복되는 갈등을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당초 팽팽한 긴장감과 촌철살인 정치 풍자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정재영의 연기는 마지막까지 빛을 발했다. 그는 ‘어셈블리’에서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첫 회에서 정재영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더는 갈 곳 없는 진상필의 심경을 진심이 담긴 눈빛과 붉어진 눈시울로 호소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의 이런 강렬한 연기는 부당해고를 당한 힘없는 노동자의 울분을 대변했고, 보는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안겼다.

매 회마다 최고의 몰입도로 캐릭터와 일체된 모습을 보였던 그지만 특히 3회에서는 정재영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극 중 진상필은 함께 시위했던 배달수(손병호 분)이 크레인에 올라가다 추락,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진 배달수를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고, 이어진 배달수의 사망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한 듯한 처연한 눈빛, 눈물을 머금고 사색이 된 얼굴, 장례식장에서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폭발해 화를 내는 모습 등 정재영이기에 가능한 복합적인 표현력으로 진상필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현실감 넘치게 만들어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이 된 이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온갖 음모와 술수, 계략이 난무하는 정치판 속에서 버텨 온 진상필의 진심은 마지막 회에서 정재영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진한 감동을 안겼다.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법’인 배달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단상에 서서 자신이 바라는 정치와 나라, 그리고 진정한 국가와 국민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정재영의 눈은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붉어져 있었고, 상기된 얼굴과 격정적인 감정으로 타오르는 눈빛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생생했다.
한편 정재영의 연기에는 카리스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식구와도 같은 비서진이나 국민들과 있을 때는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보다 권력자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헛소리를 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말꼬리를 잡고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현실 정치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었던 장면을 만들어내며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천의 얼굴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웃겼다 한 배우 정재영.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 성적과는 별개로 그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 없이 1등이었다.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정재영의 명품연기를 '어셈블리'를 계기로 브라운관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 nim0821@osen.co.kr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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