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가 지난 17일 2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셈블리’에서 진정 국민을 위했던 '국민진상' 진상필 의원(정재영 분)이 우리의 정치현실에 던진 돌직구는 브라운관 넘어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게 박히며 긴 여운을 선사하고 있다.
용접공 출신 초선의원 진상필과 그의 진정성에 감화된 보좌관 최인경(송윤아 분) 그리고 개성 만점의 딴청계 보좌진들이 의기투합해 펼쳐 나간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정치혁신 투쟁기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왔다. 이들이 만든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계파"인 딴청계는 권력에 눈 멀어 타락한 정치인 백도현(장현성 분)과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신념을 호떡 뒤집듯 바꾸는 '조웅새' 조웅규(최진호 분), 지독한 수구보수 박춘섭(박영규 분)과 계파의 이익만을 쫓는 반청계 '아바타' 강상호(이원재 분)에 악으로 깡으로 맞서 싸우며 ‘정치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뇌, 좌절과 성공을 진지하되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어셈블리'가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회 울고 웃기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배우들의 명품연기력과 난해한 정치를 쉽게 풀어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그려낸 작가, 그리고 신랄한 비판에서부터 가슴 뭉클한 감정선까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해낸 연출의 힘,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진상필로 열연을 펼쳤던 배우 정재영은 최종회를 앞두고 목에 출혈이 생길 정도로 역할에 몰입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석 달간 동고동락했던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좋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합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현실이 팍팍해서 더 와 닿는다", "드라마를 보고서야 국회에서 어떻게 법안이 만들어지는지 알았다", "시즌2가 기다려진다 꼭 만들어달라"는 호평을 남기며 최종회까지 최초의 기획의도를 관철시켰던 작가의 뚝심과 촬영현장에서 감동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잠도 반납하고 구슬땀을 흘렸던 제작진에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진상필이 현실 정치에 던진 용기 있는 돌직구는 한계와 제약으로 얼룩진 현실정치의 모순을 공격하며 응어리진 국민정서를 대변했다. "국민들 행복하게 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며 "국민이 의무를 다했다면 국가는 의무고! 국민은 권리다!"라고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 진상필의 연설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까닭은 그것이 나와 내 주변의 실제 삶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주지 못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들에서부터 시대적 상처와 고통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진정성 있는 대사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부자를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합니까"라는 외침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그나마 재벌집 아들하고 똑같이 가진 게 그 표 한 장"이라는 일침은 참정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어셈블리'의 대미를 장식했던 '배달수법'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패자에겐 희망이 없는 이 팍팍한 세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수단은 아닐지라도 가장 유력한 수단이 정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jykw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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