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서경덕 교수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한국인들이 모여 살았던 우토로 마을부터 일본 다카시마 공양탑까지, 이들이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어루만지는 방법은 특별했다. ‘무한도전’이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다뤘지만 이번엔 좀 더 남달랐다.
MBC ‘무한도전’이 4주간 ‘배달의 무도’ 특집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역사를 녹여내면서 잊지 못할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하지만 꼭 짚고 가야 하는 역사를 다루며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방송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보며 관심을 환기시킨 것.
먼저 지난 5일 방송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의 강제 징용으로 고향을 떠나 일본에 정착하게 된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징용 1세대인 강경남 할머니에게 고향의 음식을 선물하고자 유재석과 하하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 ‘배달의 무도’ 특집 3탄이 방송된 이날 ‘무한도전’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만큼 큰 감동을 선사했다.
3탄은 우토로 마을이 일본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 속에 한때 상하수도 시설이 없을 정도였고, 지금 역시 하수도 시설이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담겼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한국과 재일교포 사람들의 도움 속에 우토로 마을의 땅을 정식으로 매입했지만, 재건축으로 인해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해방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올 돈이 없어 우토로 마을에 남았고, 수십년간 핍박 속에 살다가 이제는 정식 주민으로 인정받아 살게 됐다는 아픔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았다. 이에 하하는 오열했고 유재석 또한 눈물을 보였다.
이어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하하가 서경덕 교수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하시마 섬과 아픈 역사가 서린 다카시마 섬을 찾아갔다. 시야를 가리는 험난한 산길이 이어질수록 참을 수 없는 하하의 울분도 이어지고 말았다. 가슴 아픈 비밀은 강제 징용이었다.
과거 일본인들은 지하 1000m 탄광 노역장에 한국의 청소년들을 잡아다가 석탄을 캐도록 만들었다. 도망가고 싶어도 망망대대에 있어 탈출이 더욱 어려워 일명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하는 서경덕 교수와 하시마 섬을 둘러보며 강제 징용의 현장인 것을 모른 채 기쁘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일본 외무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대상 시기와 역사적 경의가 다르다며 강제 징용과 관련된 부분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강제 징용을 인정하는 걸로 결론 나는 듯했지만 결국 부정했다. 하하는 서경덕 교수와 하시마 섬을 둘러보며 강제 징용의 현장인 것을 모른 채 기쁘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들의 위령비를 찾아 넋을 달랬다.
그리고 해당 방송 후 변화가 일어났다. 서경덕 교수가 일본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재정비하겠다고 한 것. 서경덕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주 MBC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된 ‘다카시마 공양탑’의 진실! 너무나 큰 이슈가 되어 저한테도 많은 연락이 왔었습니다. 특히 네티즌들에게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그 중 대부분이 공양탑을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라, 가는 길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며 “유캔스타트와 크라우드펀딩(http://is.gd/28NJgU) 방식으로 네티즌들과 의기투합해 공양탑 가는 길을 정비하는 5명의 비용 및 안내판 설치비용 등을 모아 10월 중순에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의 무도’ 특집은 끝났지만 ‘무한도전’과 서경덕 교수가 건넨 위로는 진하게 남았다. 음식배달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한 특집인 듯 했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까지 다루고 아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징용 1세대를 따뜻하게 보듬어줬다. ‘무한도전’과 서경덕 교수의 콜라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특별한 특집이었다./kangsj@osen.co.kr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서경덕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