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연이어 최고 권력자로 분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톱클래스가 아니다.
영화 '베테랑'의 재벌 3세 ,'사도'의 사도세자,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 이들은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단편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내면에 삐뚫어진 욕망이 자리잡고 있거나 정신병 수준의 아픔이 가득하다. 광기 혹은 야심도 숨어있다. 비틀어진, 혹은 다각화된 톱클래스 연기를 통해 유아인의 배우로서의 에너지가 뿜어나온다.
'베테랑'을 본 10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은 한 번씩은 유아인을 입에 올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영화 '완득이'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유아인은 이번 악연 변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그가 분한 재벌 3세 조태오는 기존 악역과 큰 틀에서 궤를 달리했다. '추격자' 하정우나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처럼 냉혹한 연쇄살인마도 아니고, '타짜' 김윤석이나 '살인의뢰' 박성웅같은 마초 스타일 범죄자과도 달랐다. 권력을 이용해 법의 그물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재벌 갱스터였다. 유아인은 이런 조태오를 '소시오패스'라 설명했다.
그런 지점에서 영화 '사도'의 사도세자와는 다르다. 유아인은 조태오와 사도세자를 비교하는 질문에 "조태오는 소시오패스다. 사도세자는 울분과 그런 것들이 더욱 표현되는 인물이다. 많이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개봉 이틀만에 5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소위 말하는 '때깔 좋은' 영상미를 내세운 사극도, 큰 제작비와 사이즈를 자랑하는 서사물도 아니다. '사도'는 마치 연극처럼 두 남자의 심리전에 집중한 영화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는데, 송강호와 유아인은 '인생 연기'라 불릴 만큼 치열하게 연기를 해 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뒤주 안의 사도다.
이제는 이방원이다. 10월 5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은 훗날의 조선 3대 왕 태종이 되는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조선의 3대 왕 이방원(태종)으로 분한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작품. 고려 변방 무장 세력인 이성계(천호진 분)의 아들로 태어나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이방원은 갖고 싶은 것과 없애고 싶은 것에 대한 구분이 확실한 목적 지향적 인물이다.
다수의 사극에 출연한 유아인이지만 '육룡이 나르샤'에 더욱 기대를 거는 이유는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방원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이방원은 말수가 적지만 머릿속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으며,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땐, 빠르고 은밀하며 칼날같이 정확한 면모를 보이는 등 매회 변화무쌍한 얼굴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다.
드라마 관계자는 “한 가지 색깔로 국한되지 않은 ‘이방원’ 캐릭터에 유아인의 무르익은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자신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던 신중한 소년에서 한 나라의 주인이 된 철혈 군주가 되기까지,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간 이방원과 하나가 될 유아인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사도처럼 모두가 알 수 있는 이야기와 인물이지만, 다시금 유아인의 옷을 입고 새롭게 다가올 캐릭터다. 폭풍처럼 밀어닥치면서도 차곡차곡 구축한 필모그래피는 어느 새 그를 '이 사람 때문에 보는' 연기자의 대열에 오르게 만들었다. / nyc@osen.co.kr
'베테랑', '사도', '육룡이 나르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