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코맨스’(시트콤+로맨스)로 부르면 어떨까. 시트콤 뺨치는 코믹한 상황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고, 그러는 사이 달달한 로맨스가 피어오른다. 사회적 문제를 아프지 않게 꼬집는 희극의 순기능까지 갖춰 ‘로코물(로맨틱코미디)’의 업그레이드버전을 보는 것 같을 느낌을 준다. 어제(17일) 첫 방송을 마친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이야기다.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멜로라인보다 코믹한 상황에 힘을 주는 것이 기존의 ‘로코’와는 차별화되는 지점. 시청자들을 한바탕 웃기다가 별안간 찾아오는 두근거림은 설렘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포인트다. 대놓고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연출보다 오히려 세련됐다.
폭소를 유발하는 코믹한 요소들을 살려내면서 ‘싼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꽤나 인상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플래시백의 적절한 활용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고, 보기 좋은 영상미와 탁월한 BGM 선택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스펙 위주의 높은 취업의 문, 외모지상주의의 현실 등의 사회문제를 유쾌하게 꼬집어낸 점도 높이살만하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이 같은 요소들이 풍성하게 살아났다. 설정부터 흥미롭다.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찌질녀'로 역변한 혜진(황정음 분)과 뚱보 찌질남에서 '완벽남'으로 정변한 성준(박서준 분)의 숨은 첫사랑 찾기. 그리고 혜진의 ‘절친’ 하리(고준희 분)와 넉살끝판 동료 신혁(최시원 분)이 벌이는 재기발랄한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는 혜진이 외모지상주의의 현실에 직면하며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장면들이 무겁지 않게 그려졌다. 팍팍한 현실에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 혜진의 캐릭터 자체가 극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포인트. 못난 외모 탓에 여기저기서 괄시를 받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꿋꿋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며 감정이입을 돕는다.
이 같은 높은 집중도가 코믹한 장면을 만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이날 혜진은 추락한 자존감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하리를 성준과 만나게 한다. 역변한 자신의 외모를 첫사랑에게 들키기 싫었던 것.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함에 떨다가 온갖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펼치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폭소케 한 장면이었다.
혜진과 신혁의 첫만남이 그려진 ‘자일리톨 신’도 박장대소할 만했다. 신혁은 자일리톨을 먹으려다 떨어트리는데, 이 상황에서 혜진이 그와 부딪혀 넘어진다. 혜진은 바닥에 떨어진 자일리톨을 보고는 자신의 앞니가 빠진 줄 알고 매우 당황하는데 이 상황과 설정이 시트콤 못지않은 큰웃음, 빅재미를 줬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황정음은 이 같은 장르적 특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배우다.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 고준희와 박서준, 최시원 역시 빈틈없이 훌륭했지만, 시선을 강탈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만들어내며 극을 이끈 건 단연 황정음이었다. 그간 시트콤과 정극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쌓은 연기 경험을 통해 ‘혜진’을 시나리오 이상으로 살려내고 있다는 평이다. 종전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코믹한 표정 연기와 첫사랑의 설렘을 제대로 그려낼 줄 아는 능력이 이제는 독보적이다.
한편 ‘그녀는 예뻤다’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joonamana@osen.co.kr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