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요리에 있어서는 지난 1993년부터 외식업계에 발 담군 22년 차 베테랑이지만, 방송인으로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3대천왕’에서 보는 백종원은 아마추어로는 볼 수 없는 물오른 입담과 예능감으로 ‘프로 방송꾼’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3대천왕'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각 분야 TOP 3 맛집 고수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불꽃 요리 월드컵'을 벌이는 색다른 '쿡방' 프로그램으로, 이 방송에서 백종원은 맛집 발굴부터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백설명’ 역을 맡았기 때문에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는 조금의 어색함이 없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SBS 새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이하 '3대천왕')'의 주제는 바로 돈가스. 일찍이 돈가스 매니아임을 밝힌 바 있는 백종원은 이날 부산부터 인천, 대구, 안양까지 이어지는 맛집 탐방에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특유의 넉살과 함께 맛집에 들어선 그는 곧이어 등장한 돈가스의 냄새부터 소리, 맛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고품격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먹는 것에는 도가 튼 김준현에게도 못지않은 리얼한 표정과 맛 표현은 이미 ‘3대천왕’의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물론 백종원의 전문 분야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처럼 쏟아지는 요리 지식이다. 그는 돈가스의 유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돈가스는 바로 썰어 먹는 게 맛있나, 아니면 그때그때 썰어 먹는 게 맛있나’와 같은 음식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팁으로 내려오는 폭넓은 토크로 과연 ‘백설명’다운 면모를 뽐냈다.
그의 활약은 스튜디오에서도 계속 됐다. 요리 중계라는 다소 생소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살려 눈앞에서 펼쳐지는 요리쇼를 보며 쉴 새 없이 설명을 더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추임새를 넣어 예능적인 재미를 높인 것. 특히 중간 시식을 담당하는 ‘먹선수’ 역의 김준현과는 쿵짝이 잘 맞는 찰떡호흡을 발휘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쿡방’에 있어서는 그가 프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종원이 단순히 요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직접 요리를 해보는 사람으로서 그 고충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역시 3대 맛집 중 인천 명인이 챔피온으로 등극하자 맛있는 돈가스를 요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남모를 그의 수고와 고생을 도닥이는 따뜻한 멘트로 축하를 전했다.
이처럼 백종원은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린 방송 진행으로 여타 ‘쿡방’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전 ‘또 쿡방이냐’며 지겨움을 표했던 이들마저 ‘3대천왕’만의 색깔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상황. 이에 앞으로는 또 어떤 음식을 통해 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할지 나날이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편 ‘3대천왕’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25분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3대천왕'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