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방송계가 아닌 직업군에 종사하다 방송인으로 전향한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와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해 일순간 반짝하고 금세 사라지는 이들도 부지기수. 그런 가운데 2013년 tvN '더 지니어스 시즌 1‘ 우승 이후 상승세를 탄 홍진호는 꾸준하게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어느덧 프로예능인으로 자리 잡았다. 늘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전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어는 이제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 지난 18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서도 홍진호는 솔직 담백하면서도 과감한 토크로 끊임없이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이날 홍진호는 방송 초반부터 발음으로 신동엽을 공격하며 프로예능인다운 냄새를 풍겼다. 과거 홍진호가 활약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신동엽은 자신 없는 발음으로 그 게임을 요즘에도 하는지 물었고, 이에 홍진호는 “스타프프요?”라고 반문했다. 평소 빠른 말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유명해 ‘콩진호’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신동엽에게 발음을 지적하는 진귀한 광경에 허지웅은 “홍진호가 발음으로 누굴 깐다”며 말을 보탰고,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모두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진 토크에서 홍진호는 솔직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린라이트를 켜줘’ 코너에서 시청자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MC들은 “게임 좋아하는 예쁜 여성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여성 팬 만난 적 있는 거 아니냐”고 홍진호를 추궁했다. 이에 홍진호는 “있겠죠”라며 두루 뭉실한 대답으로 질문을 회피하는 듯 했지만 “옛날에는 팬 미팅을 하면 선수들마다 팬들의 스타일이 달랐다”며 “(다른 스타일의 팬을 찾아) 누구 팬 미팅을 한다면 항상 찾아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그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저도 많이 만났다”며 당시를 회상해 MC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또한 홍진호는 대담하고 과감한 이야기로 ‘마녀사냥’ 게스트다운 맞춤형 토크를 보여줬다. 2부의 ‘마녀 리서치’ 코너에서는 ‘여자들도 야동을 보나요?’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에 홍진호는 “한 달에 한 번, 주로 신상을 많이 본다”며 야동을 보는 횟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고, “남자 배우들은 대체로 소리를 참는 것 같다”며 소리를 흉내 내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 이렇게 배우들의 성향까지 분석하고 있는 그에게 서인영이 “진짜 많이 보시나보다”라고 말하자 홍진호는 “프로게이머니까”라는 엉뚱한 대답으로 야동을 보는 이유를 합리화시켜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듯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토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물오른 예능감을 자랑하는 홍진호. 어느 새 프로예능인으로 자리 잡은 그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한편, '마녀사냥'은 냉소적으로 여자들을 파헤치는 본격 여심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마녀사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