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계에는 수많은 톱스타가 있다. '톱'은 최고라는 뜻인데 정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 안에 넘버원을 외치는 스타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는 명색이 본업 배우이면서 몇 년을 영화 한 편 안 찍고 CF와 행사 나들이로 인기를 유지하는 겉무늬 스타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베테랑' 황정민처럼, 잠깐의 휴가도 마다한채, 1년에 서너편씩 닥치고 영화 출연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열정파가 '꽤' 많이 있으니까.
40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황정민이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2연속 천만영화 주연의 대기록을 세운 데 이어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영화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촬영중이거나 계획이 확정된 영화로 '히말라야' '검사외전' '아수라' 등이 있고 조승우와의 뮤지컬 공연도 연말에 막을 올린다. 여기에 류승완 감독과 '베테랑2' 출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에도 최소한 3편 이상의 영화 크레딧에 황정민 이름을 올릴 게 확실하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황정민이 지난 10여년 배우로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5년 '달콤한 인생' '천군' '너는 내운명'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전도연과의 멜로 '너는 내운명'에서 순박한 시골 청년 김석중 역을 맡아 관객들 눈물을 쏙 뺐고 상복과 인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태프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고 했다. 여기가 톱스타 황정민의 출발선이다.
이후 '사생결단'(2006) '검은집' '행복'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열한번째 엄마'(이상 2007)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그림자 살인' '오감도'와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이상 2009)로 작품수를 늘려갔다. 여기까지는 아직 '황정민=흥행수표' 공식이 나오지 않았고 그저 연기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수요가 적으니 폭발적인 출연작 증가로 연결되지 못한 시기. 이때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은 '너는 내운명' 300만 명에 선이 그어졌다.
2010년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맹인검객 황정학으로 신 들린 연기를 선보인 그는 류승완 감독과의 첫 만남 '부당거래'로 흥행의 재미도 조금 맛보면서 드디어 2012년 전환점을 맞이한다. 코미디 '댄싱퀸'의 대박으로 활짝 웃더니 액션 누아르 '신세계'로 악역 끝판왕을 선보였고 '전설의 주먹'에서 화끈한 주먹을 휘둘렀다.
드디어 충무로 제작자와 감독들이 캐스팅 0순위로 황정민을 앞다퉈 찾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웬만한 스타들은 이쯤에서 뜸을 들이며 자신의 몸값, 인기 관리에 신경을 쓰거나 쉬어갔을 테지만 황정민은 달랐다. "배우는 영화를 찍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더니 말과 행동이 똑 같았다. 2013년 '끝과 시작' '남자가 사랑할 때' '국제시장'으로 성가를 한껏 높이고 올해도 4편 이상을 개봉하거나 촬영하며 바쁘게 보내는 중이다.
황정민은 지난 9월 15일 CGV 시네마클래스에서 '황정민의 연기론'을 강연했다. 영화란 만드는 사람들끼리 맞장구 치며 좋자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결국엔 최종적으로 이를 보고 OK해야 하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늘 이 점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자신의 연기관을 밝혔다.
또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네가 맡은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분석을 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좋은 작품을 위해 스스로 관리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철저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며 쉬지 않고 다작을 했음에도 '국제시장' 전까지 관객 500만 벽을 넘지 못하더니 이제는 유일무이한 쌍천만배우로 등극했다. 정작 황정민 본인은 "흥행은 무슨, 배우하면 좋지 뭐"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인물이 진짜 배우고 톱스타이지 않을까 싶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