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를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난이도가 쉬운 ‘더 지니어스’라고 할 수 있겠다. ‘더 지니어스’처럼 복잡한 룰 속에서 메인매치와 데스매치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게임을 정해 정해진 시간 내에 탈락자를 정하는 게임이라 ‘박스’를 처음 보는 시청자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JT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박스’는 사방이 벽으로 막힌 밀실에서 벌어지는 심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각 출연자가 평소 꿈꿔 온 상품을 걸고 게임이 진행되며 살아남은 ‘최후의 1인’만이 상품을 얻을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게임 방법이 없다는 것. 제한시간 안에 경쟁자를 탈락시키되 어떤 방식으로 탈락시킬지는 출연자들이 결정했다.
우선 ‘박스’가 JTBC의 ‘더 지니어스’가 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전에 결정돼야 할 것이 ‘박스’의 정규편성 여부다. JTBC 측은 ‘박스’의 성적에 따라 정규편성이 결정된다는 입장. 1회는 1.51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2회 시청률은 0.729%로 하락, 정규편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스’는 멤버들 간의 배신과 연합 등을 통한 쫄깃한 심리전이 주를 이루는 ‘더 지니어스’의 특징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탈락자를 결정하는 게임은 ‘박스 안에 농구공 넣기’, ‘책 페이지 숫자 더하기’ 등 시청자들이 특별한 설명 없이 쉽게 게임을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예능이다. 하지만 게임이 쉬운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단순한 게임이 반복돼 지루함을 자아내는 것. 정규편성이 된다면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최후의 1인에게는 ‘위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 속에서 게임이 진행됐다. 멤버들이 유리벽으로 된 방에 놓인 위시 상품을 보면서 게임에 임하는 환경으로, 위시 상품은 ‘욕구’를 자극시켜 승부욕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이와 더불어 주어진 시간 내에 탈락자를 결정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까지 더해진 것이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새로운 브레인의 탄생을 보는 것도 재미다. 그간 방송을 통해 알려진 ‘뇌섹남’, ‘엄친아’로는 ‘더 지니어스’에서 활약한 홍진호, 장동민, 이상민, 오현민, 최정문 등이었다. ‘박스’에서는 ‘더 지니어스’에서 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등장했고 그 중에 생각지 못했던 ‘뉴 브레인’이 탄생에 눈길을 끌었다.
‘박스’가 게임이 간단한 만큼 운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멤버들과의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을 정하고 게임을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배우 진이한이 놀라운 집중력과 빠른 눈치, 거기다 운이 더해져 거의 결승까지 올라가 시청자들이 반전의 매력을 확인했다. 또한 김숙도 의외의 브레인이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웃긴 모습만 보였던 김숙은 재치와 센스로 니콜과 결승까지 갔고 결국 최종 우승자가 됐다. 2회에서는 1회에서 1라운드에 탈락했던 김풍이 게임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뿐 아니라, 연합과 배신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높였다. 지난 19일 방송에서도 허태희, 김희정, 홍석천 등이 의외의 면을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지금 상황으로는 ‘박스’가 JTBC 정규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복잡하지 않은 게임과 긴장감, 심리전 등 ‘더 지니어스’와는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담아 정규편성이 결정된다면 새로운 두뇌게임, 제2의 ‘더 지니어스’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kangsj@osen.co.kr
JTBC ‘박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