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형 정준하를 속이겠다는 일념 하에 김태호 PD와 계략을 짠 유재석. 그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반전의 사나이가 됐다. 추격전은 아니었지만, 나홀로 지략을 펼치며 반전을 만든 유재석이 ‘사기의 신’ 캐릭터로 흥미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었던 노홍철의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 19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생활계획표 특집으로 멤버들이 하루동안 자신이 계획한 일을 1만 원의 한도에서 수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추격전은 아니었지만 누가 제일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지를 알 수 있는 방송이었다. 특히 유재석은 김태호 PD에게 즉석에서 2만 원을 빌린 후 상대방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준하를 속이는데 성공했다.
모두에게 1만 원의 동일한 돈이 주어졌지만, 정준하는 유재석이 갖고 있는 잠시 빌린 돈인 2만 원을 보고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하게 됐다. 6천 원을 남겼던 정준하가 마지막에 유재석과 돈을 바꾼 후 기뻐했지만, 알고 보니 유재석은 돈을 다 쓰다 못해 200원을 추가로 쓴 부채만 있는 상태였다. 유재석은 돈을 아껴 쓰는 정준하를 속이기 위해 김태호 PD에게 2만 원을 빌렸고, 정준하가 속아 넘어간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돈을 갚았다.
황당하고 억울해 하는 정준하의 표정, 그리고 결국 승리자가 된 유재석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이날 생활계획표 특집의 예상 못한 반전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특집 기획의도대로 충실하게 돈을 어떻게 쓰는지만 초점을 맞출 때, 유재석은 기지를 발휘해 사기를 쳤고 예상 못한 재미가 하나 추가 됐다. 물론 이 같은 반전은 제작진의 도움이 있었고, 정준하가 수많은 추격전에도 늘 당하는 어수룩한 면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한도전’은 사기에 능해 재미를 만드는 노홍철의 하차 후 추격전을 벌이지 않고 있다. 워낙 10주년 대형 특집이 줄줄이 있는 탓이 크다.
이 가운데 유재석은 시청자들이 예상 못한, 정준하를 놀리겠다는 일념 하에 시작한 사기로 큰 재미를 만들었다. 유재석의 깐족거리는 행동과 화가 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정준하의 표정이 대비되며 웃음이 터졌다. 여기에 추격전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또 노홍철이 짰던 사기의 판을 보길 바라는 시청자들에게 잠시 향수를 자극하는 시간도 됐다. 이날 김태호 PD는 멤버들에게 유재석이 말을 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독설을 했는데, 그의 말대로 사기 캐릭터까지 장착해 즐거움을 만든 ‘유느님’ 유재석의 기지는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