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가 던진 화두, 가벼운 재미 속 숨은 의도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9.20 10: 54

단순한 정보 제공일까, 아니면 치솟는 물가로 인해 팍팍한 현실을 꼬집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소소한 재미를 만들기 위한 것일까, 또 아니면 대형 특집으로 달려온 바쁜 길을 잠시 멈춘 것일까.
어떤 예술 작품을 볼 때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제작자의 의도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하나의 그림을 보면서 누군가는 화가의 억눌린 아픔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반대로 환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무한도전’이 굉장히 가볍게 보이나, 시청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생활계획표 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생활계획표 특집으로 멤버들이 하루 동안 1만 원으로 생활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멤버들은 각자 계획한대로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배드민턴을 쳤으며, 누군가는 먹고 자기만 했으며, 누군가는 여주 아울렛을 다녀왔다. 아무리 아껴도 1만 원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명수는 김밥 한 줄로 간신히 버텼지만 여주 아울렛을 가는 버스 차비로 상당수의 돈을 썼고, 유재석·정준하·하하는 돈이 아닌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들이 1만 원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과정은 일단 가벼운 재미가 있었다. 티격태격하면서 돈을 아끼는 멤버들의 모습, 스마트폰을 활용할 줄 몰라 결국 통신사 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스마트폰 무식자’ 유재석, 정준하, 하하의 분투 등이 멤버들의 귀여운 성향과 맞물리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올해 ‘무한도전’은 10주년 특집으로 대형 특집을 끊임 없이 방송했다. 큰 재미를 선사하거나 큰 감동을 선물하는 일이 많았는데, 간만에 가벼운 웃음거리로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됐다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반면에 제작진의 숨은 의도를 추측하는 이들도 많았다. 1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점을 놓칠 수 없다. 멤버들이 꽤나 고단한 발품을 팔아도 결국 남는 돈이 거의 없었던 마무리는 시청자들의 격한 공감을 자아냈다. 이번 특집은 서민들의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살림살이를 건드리며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많은 시청자들의 이해가 있었다. 제작진은 곳곳에 통신사 포인트가 매년 소멸된다는 것을 알리며, 정보 제공에 충실하는 한편, 박명수가 이동만 했을 뿐인데 주어진 돈을 다 쓴 것을 보여주며 피부에 와닿는 서민들의 경제를 보여줬다. 물론 제작진이 이 같은 정보 제공과 현실을 다루는 관점에서 생활계획표 특집을 준비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분명히 이번 특집은 시청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기획의도로 해석됐다. 지금까지 이어온 거대한 특집과 앞으로도 펼칠 특집 사이 쉬어가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단순히 조금은 가벼운 재미를 만들어가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예능 속에 공익성을 다루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이 모든 의도가 뒤엉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시청자들다만 생활계획표 특집은 언제나 다방면으로, 총체적인 관점에서 일을 꾸미는 ‘무한도전’의 행보와 안방극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특집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제작자가 만든 예술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처럼. ‘무한도전’ 역시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들어놓은 한 편의 구성을 시청자들이 다각도의 결과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출자의 개성이 강하게 담겨 있고, 이를 대중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숙제로 남겨놓는 작가주의 작품의 길을 ‘무한도전’이 걷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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