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PD, 강호동의 허점 잡고 깐족거리다 [신서유기 돌풍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9.20 11: 45

‘신서유기’ 속 강호동은 예전만큼 동생들을 휘어잡지 못한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지 몰라 구박을 당하고, 자꾸 인위적인 진행을 하려는 습관 탓에 ‘옛날 진행’이라고 놀림을 당한다. 소리 한 번 지르려다가 참는 게 보여 재밌고, 저팔계의 중국어인 ‘쮸빠찌에’ 동작을 반복하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모습은 웃음을 안긴다.
방송인 강호동은 천부적인 예능감을 가진 방송인이다. 상황 판단 능력이 빠르고, 건강한 웃음을 안기는 강점이 있다. 그가 잠시 휴지기를 가지고 복귀를 한 후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면서 ‘강호동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많은 대중은 강호동의 웃음 형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노후한 구성을 탓했다.
그래서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원조 제작진과 출연진이 뭉친 ‘신서유기’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와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동생들인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버티고 있지 않나. 제작진 역시 그에게 많이 먹는다고, 옛날 진행을 한다고, 사투리 섞인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다고 구박을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강호동의 어느 지점에서 웃음을 터뜨리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출연진과 제작진이라 재미가 극대화된다.

강호동은 큰 덩치와 어느덧 50세를 바라보는 나이 탓에 유연하지 못한 방송인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를 희석할 수 있는 대립각이 필요했다. 거침 없이 그에게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친근하고 용감한 동생들과 제작진이 있기에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이 만드는 재미는 강화됐다. 나영석 PD는 강호동의 허점을 파고들어 깐족거렸고, 그가 험난한 일정을 소화하거나 뛰어다니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강호동은 제작진의 고생스러운 지시에 불만을 표현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모든 게 예능 호흡인데, 강호동의 즉석 상황에서 재치를 만들어내는 장기가 ‘신서유기’에서 비로소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새삼스럽지도 않고, 강호동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지식 보유에 다소 허술한 구석이 있고, 신문물과 친근하지 않으며, 동생들의 압박에 적당히 타협을 할 수 있는 아량이 있는 예능인. 20년 전, 10년 전,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보여줄 강호동의 모습이다. 다만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유랑 예능에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극대화됐고, 시청자들 역시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강호동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것은 단순히 그의 탓만 하기는 힘들다. 톱 MC들이 진행을 하는 신설 프로그램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게 됐고, 실험 정신이 강하고 전문 예능인이 아닌 신선한 보석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더 많다. 구성상의 잘못이거나, 그가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껴입은 경우는 늘 폐지 수순을 밟았다. ‘신서유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옷을 다시 입으며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 이 같은 강호동의 웃음이 건재하다는 것, ‘신서유기’가 보여준 웃음 미학이다. / jmpyo@osen.co.kr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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