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연출의 '신서유기'는 제작, 출연진 면면을 보면 '1박2일'의 자매 프로나 속편 같은 느낌이다. 강호동을 비롯해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등은 실제로 '1박2일' 전성기를 이끈 일등공신이자 재간둥이들. 하지만 이들이 웹 방송으로 다시 만난 '신서유기'는 '1박2일'과 궤를 달리 하는 새로운 예능의 지향점을 보여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신서유기’ 속 이수근 활용법은 '1박2일'과의 단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그맨 이수근은 죄를 지어 벌을 받는 ‘서유기’ 속 손오공으로 변신, 저주파 안마기를 몸에 달고 여행을 다닌다.
이 안마기를 운용할 수 있는 리모컨은 공항에서 숙소 찾아오기 경기에서 가장 일찍 도착해서 삼장법사가 된 이승기가 아니라, 엉뚱한 사오정과 비슷한 면모가 많은 은지원의 손에 쥐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이수근에게 비록 몸에 좋지만 당황스러운 자극을 선사할 수 있는 리모컨은 이수근의 몸개그를 유발하는 요소다. 이수근은 동생의 장난에 크게 화내지도 못하고 자신의 탓이라며 받아들인다.
이는 도박 물의를 일으킨 후 2년여 만에 복귀한 이수근에게 본업인 개그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받길 바라는 ‘신서유기’ 출연자와 제작진의 마음도 담겨 있을 터다. 제작진은 이수근의 몸에 저주파 안마기를 장착하면서 불이익을 준 것뿐 아니라, 자막으로도 그의 잘못을 꾸짖으며 속죄의 개그를 펼치게 만든다. 잘못을 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일부의 삐딱한 시선을 어떻게든 진심을 다하는 반성을 보여주며 돌려보겠다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지도 엿보인다.
강호동이 금연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은지원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말한 후 다음 장면은 이수근이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앞뒤 설명 없이 “끊었습니다”라는 자막은 웃음이 터졌다. 또한 첫째 날 어렵게 획득한 드래곤볼인데, 2개로 불리겠다고 제기차기를 시도했다가 결국 드래곤볼을 뺏기고 만 과정에서도 이수근의 실수를 웃음장치로 활용했다. “도박문제”, “친절상담”, “도박필패”, “패가망신” 등의 자막은 이수근을 뜨끔하게 하는 요소이자, 그를 여전히 불편하게 여기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그를 받아들여달라고 부탁을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의 잘못을 호되게 혼내면서도, 애정이 담긴 웃음 자막과 편집. ‘신서유기’ 제작진은 사고뭉치이자 이 프로그램의 아픈 손가락인 이수근을 감쌌다. 물론 이수근의 출연 그 자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이 같은 재밌는 자막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분명한 것은 이수근의 잘못을 후벼파는 웃음 장치가 상당히 재밌는 요소라는 점. ‘신서유기’는 아픈 곳도 파헤치는 ‘디스 개그’를 펼쳐놓고 있다.
사실 이수근은 실수를 저지르기 전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웃음 형성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인간적인 웃음 감각은 그의 장점이다. 이수근은 ‘신서유기’ 제작진과 출연진이 뭉쳤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늘 성실하게 몸을 쓰고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다.
비단 이수근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연예인의 도덕성을 민감하게 여기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의 복귀에 대해 잡음이 있었던 이유가 된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가 자숙 후 복귀하는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엇갈린다. 더욱이 원조 ‘1박2일’이 국민 예능으로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을 당시 그가 전했던 건강한 웃음은 시청자들의 일주일의 피로를 한 번에 날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공감대를 많이 형성했던 친근했던 개그맨이기에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큰 것도 이수근이 앞으로 안고 가야할 숙제다. 속죄는 지속적으로 진심을 담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수근은 묵묵히 매번 사과를 마다하지 않으며 더 많은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진심은 조금씩 통하고 있다.
속죄의 뜻으로 본업인 웃음 전선에 뛰어든 이수근은 ‘신서유기’를 통해 좀 더 조심스럽지만 즐거운 웃음을 만들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2년여간 쉬면서 예능감각을 회복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의 복귀를 반기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신서유기’ 속 이수근이 친근한 관계에서 나오는 농담이나 맥락을 짚어주는 현실적인 지적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을 보면, 많은 시청자들이 이수근이라는 개그맨을 예전과 다름없이 어느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jmpyo@osen.co.kr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