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홍보를 위한 게스트 초대로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왔던 ‘런닝맨’이 이번에는 게스트가 아닌 멤버 개리의 새 앨범 홍보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때문에 바쁜 일정을 쪼개 출연을 감행한 게스트가 병풍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는 슈퍼주니어 규현, 원더걸스 예은, 존박,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가 출연해 무인도 서바이벌을 펼쳤다.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브레인인 4명은 오프닝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존박은 눈치가 빠르고 사고방식이 유연하며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어 ‘특급 브레인’임을 입증했다. 규현은 집중력과 수리력이 우수하며, 랩몬스터는 언어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다. 예은 역시 바쁜 활동 중에도 꾸준히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모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게스트 4명과 ‘런닝맨’ 멤버들의 쫄깃하고 긴장감 넘치는 브레인 대결을 기대했다. 무인도라는 극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생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펼쳐질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장착한 규현과 존박은 물론 ‘문제적 남자’에서 ‘뇌가 섹시한’ 남자의 진면모를 보여준 바 있는 랩몬스터 조합이 ‘런닝맨’ 멤버들과 만나 뿜어낼 시너지 효과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렇게 모두들 무인도로 향했고, 제작진은 이들에게 이름표를 완성해 섬을 탈출하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미션에 실패한 멤버들은 야영을 한 뒤 다음 날 새벽 배를 타야 했다. 이에 다음 날 앨범 마지막 녹음을 해야 하는 개리는 미션 성공을 위해 전에 없던 의욕을 불태웠다. 여기까지는 꽤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곧 진짜 미션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약 5시간 전 제작진은 유재석과 김종국에게 4년 전인 2011년 9월 추석특집으로 진행됐던 ‘트루개리쇼’의 귀환을 알렸다. 개리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이름표 미션을 성공하는 것이 이번 ‘런닝맨’의 진짜 미션이었던 것. 제작진은 두 사람에게 “개리 몰래 모든 멤버들이 섬 반대편 휴양지에 모이면 미션 성공이며, 두 사람이 직접 멤버들에게 비밀을 전파해라”고 전했다. 이 때부터 개리는 모든 이들의 집중 마크를 받는 주인공으로 부각됐다.
반면 게스트들의 활약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예은은 송지효에 이어 두 번째로 미션에 성공해 분량이 실종됐다. 그나마 주목을 받은 이는 랩몬스터 정도. 이쯤되니 게스트가 꼭 필요 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더 의아해지는 건 미션의 난이도다. 아무리 무인도라고 해도 성냥에 불을 켜서 일정 시간 꺼지지 않게 유지를 하라는 등의 어이없는 미션은 재미는커녕 시청자들의 실소만 자아냈다. 또 출연자들에게 똑같은 조건을 부여하기 위해 3글자 본명을 완성하라고 제시하고서는 규현의 성을 조에서 박으로 바꾸는 자막 실수까지 해 빈축을 샀다.
결국 개리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미션에 성공해 무사히 무인도를 빠져나갔다. 혼자 남겨진 개리는 10번째 트랙을 녹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듭 언급하며 “1년 반 녹음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배를 타고 야영지로 향하는 동안 이번 타이틀 곡 제목이 ‘바람이나 좀 쐐’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몰래 카메라였음을 깨달은 개리는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제작진은 이런 개리를 위해 새 앨범 타이틀곡인 ‘바람이나 좀 쐐’를 배경 음악으로 삽입했다. 결국 이번 방송이 개리의 새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제작진 스스로 알린 셈이다.
최근 ‘런닝맨’은 예전의 긴장감 넘쳤던 이름표 떼기 미션이 사라지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홍보를 위한 게스트 출연과 익숙한 패턴의 가벼운 미션들만 반복되다 보니 식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잇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진짜 사나이’나 KBS 2TV ‘1박2일’에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에서도 밀린지 오래다. 주먹구구식의 일시적인 구성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제작진의 장기적인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