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남자들 vs 나영석의 남자들[김태호vs나영석②]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9.21 10: 16

[OSEN 박현민, 표재민 기자]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이견이 없는 한국 예능 흐름을 선도하는 연출자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지상파를 뛰어넘는 ‘공룡 예능’을 개척한 tvN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의 나영석 PD. 한국 예능을 주름잡는 이들이 함께 하는 예능인들을 살펴 보면 이들이 예능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김태호 #1. ‘무한도전’ 멤버들
때론 김태호 PD와 외모 비교 대결을 하기도 하는 웃음 동반자들이다.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무한도전’ 10주년의 주역들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출연자의 수장, 김태호 PD와 대소사를 함께 논의한다. 프로그램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유재석은 출연자 대표로서 김태호 PD와 소통하는 일이 많다는 후문이다.

유재석 뿐 아니라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등 이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이끈 멤버들은 진정한 ‘김태호의 남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을 하면서 쌓인 정만큼이나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큰 멤버들은 프로그램상에서 불길한 기운이 풍길 때마다 김태호 PD의 멱살을 잡거나 분노를 토해내며 재미를 선사했다. 멤버들의 김태호 PD에 대한 불만 가득한 상황극은 ‘무한도전’의 재미 중에 하나다. 새 멤버로서 올해부터 합류한 광희 역시 김태호 PD의 기대대로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김태호 #2. 아픈 손가락 노홍철
지난 해 11월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노홍철. 그는 음주 운전 물의를 일으키며 프로그램을 떠났다. 노홍철의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제작진 역시 함께 사과한 것은 그만큼 방송인 노홍철이 ‘무한도전’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존재였다는 것. 노홍철의 복귀는 언제나 큰 관심사다. 다만 김태호 PD는 노홍철의 프로그램 복귀를 대중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함께 고생을 한 아끼는 출연자이지만, 지금 당장의 성급한 복귀보다는 멀리 내다 보고 노홍철이 좀 더 긴 방송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게 김태호 PD를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마음일 터다.
김태호 PD는 최근 OSEN에 "노홍철이 저희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일단 노홍철 본인이 '무한도전' 복귀를 원치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 아니고 팬들과 사회에서 허락을 해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3. 김제동
김태호 PD에게 대놓고 ‘양아치’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인. 김제동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언제나 ‘친근한’ 웃음 소재였다. 사전 연락 혹은 조율 없이 집에 찾아가 촬영을 하는 일이 다반사. 기껏 명절에 촬영을 했는데 통편집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연락해 김장 배추를 사라고 강매하기도 한다. 결국 김제동은 김태호 PD를 향해 “김태호 PD 어디 있냐. 내가 이러지 말라고 했지?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사실 양아치는 PD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나영석 #1. '1박 2일' 멤버들
지금의 나영석 PD를 있게 한 게 당시 '1박 2일'의 멤버들인지, 아니면 '1박 2일' 멤버들을 있게 만든이가 나영석인지를 굳이 따지고들 필요는 없다. 어쨌든 양쪽 다 윈-윈을 이뤘던 게 사실이다. 나영석 PD와 그들의 질긴 인연은 KBS를 떠나 CJ E&M에 둥지를 틀고 웹예능 '신서유기'로 재차 입증됐으니 말이다.
나영석 PD는 '위기론'에 휩싸였던 방송인 강호동도 단박에 이슈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고, 한껏 성장한 이승기도, 통제불능 폭주기관차 같은 은지원도 여유롭게 소화했다. 또한 '불법 도박'에 휩싸여 자숙 중이던 이수근의 방송 복귀에도 힘을 보탰다. '신서유기'로 단 3주만에 3천만뷰라는 어마무시한 누적 조회수(예고편·본편 등 영상총합)를 일궈내며, 이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케 했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함께 있는 모바일 단체채팅방에서도 이같은 결과를 만족스러워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는 게 나영석 PD의 설명이다.
◆나영석 #2. 투덜이 예능인 이서진
tvN '꽃보다 할배'로 처음 짐꾼으로 나섰을 때, 많은 이들은 이서진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리얼리티 프로에서 이토록 자신의 불만을 곧이곧대로 제작진에게 토로하는 이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투덜거릴 뿐, 결국 어른들을 예의바르게 모시고, 시키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모습은 이서진만의 예능 캐릭터로 완성됐다.
'꽃보다 할배'로 시작됐던 나영석 PD와 이서진의 인연은 결국 '삼시세끼'라는 유기농 예능을 탄생시키며 농담처럼 말했던 '요리왕 서지니'를 진짜로 실현시켰다. 그저 나영석 PD 개인의 판타지를 충족(*이는 나 PD가 직접 사용한 표현)시키고자 시작됐던 이 정체불명의 포맷은 대한민국 예능계의 한 획을 제대로 그으며 확장판과 유사포맷들까지 대거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산골마을에서 밥 세끼 해먹는 모습이 초반에 재미와 기대를 낳았던 요소 중 하나는 나 PD와 이서진의 '톰과 제리' 같은 '케미'가 한 몫 했다.
◆나영석 #3. 신원호 PD
한때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을 각각 연출했던 입사 동기 나영석 PD와 신원호 PD는 순차적으로 CJ E&M행을 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기 케이블로 옮겨왔던 두 사람 중 나 PD는 예능, 신 PD는 드라마로 각자의 성공을 일궈내며 서로의 부담감을 덜어내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물론 두 사람과 두 영역 사이에는 이우정 작가라는 믿고 의지할 만한 탄탄한 '연결고리'가 버티고 있다.
자신의 일을 하느라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존재 만으로 서로의 든든한 힘이 됐던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꽃보다' 시리즈의 기록을 '응답하라'가 넘었고, 이를 또 '삼시세끼'가 넘는 모습을 통해 케이블 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물론 이에 대해 서로에게 물으니 "(상대방이) 넘어서 오히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웃으며 입을 모았다. 참고로 나 PD는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카메오 출연했으며, '응사'의 유연석, 손호준, 바로는 나 PD의 '꽃보다 청춘-라오스편' 주인공에 발탁됐다. 당시 신 PD는 리얼 예능에 익숙치 않은 해당 출연진을 위해 이들과 함께 라오스행을 택하기도 했다. / gato@osen.co.kr,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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