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래퍼’의 재발견이다. 래퍼 사이먼디, 일명 ‘쌈디’가 랩 실력에 버금가는 노래 실력으로 반전 매력을 발휘했다.
사이먼디는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와의 1라운드 예선에서 패배해 복면을 벗게 됐다. 60대 39의 결과였다.
이날 사이먼디는 패션피플 허수아비로 분해 복면을 쓰고 등장했다.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와 함께 그가 택한 듀엣곡은 김현철의 ‘그대니까요’였다. 두 사람 모두 감성 가득한 곡을 조화롭게 소화해 내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특히 패션피플 허수아비는 돋보이는 음색으로 김형석으로부터 “톤이, 음색이 너무 좋은 가수”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사이먼디의 자유분방한 매력은 복면으로 가렸다고 다 가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는 특이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고, 몸에 새를 달고 나와 “내가 키우는 패피”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또 “남자가 부르기에 너무 낮은 곡이다. 키를 맞추기 힘들지 않으셨느냐”는 김현철의 질문에 대해 “아닙니다. 명곡을 부르게 돼 정말 영광이다”라고 박력 있게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현철에 대한 사이먼디의 ‘리스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복면가왕’을 위해 준비했던 노래의 전곡을 김현철의 노래로 준비했다고 알려져 놀라움을 줬고, 김현철에 대해 “1969년 6월 13일생. 27년차 경력을 갖고 계시다. 1989년 8월 ‘춘천가는 기차’로 데뷔를 하셨고, 성대분석 전문가로 활동 중이시다. 우리나라 최고의 송라이터겸 프로듀서 천재이시다”라고 줄줄 프로필을 외워 놀라움을 줬다.
사이먼디는 의외의 곳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보여줬다.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의 장기인 랩을 도와주기 위해 엉겁결에 비트박스를 했다가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에 “힙합을 하는 아이돌인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 것. 김구라는 “AOMG에 그레이라는 작곡가가 있다”며 그를 의심했고, 김정민은 흥이 가득한 춤사위에 “팝핀현준”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또 다른 이들은 “블락비 지코일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이는 사이먼디였다. 힙합 뮤지션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아무도 사이먼디를 떠올리지 못한 상황. 심지어 같은 레이블인 그레이의 이름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사이먼디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이먼디는 “랩과 힙합을 하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 내 허세 ‘스웨그’를 보여드리기 위해 왔다. 과연 나의 목소리를 듣고 맞히실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맞히기를 바랐다. 그만큼 나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못 맞혔다”고 연예인 평가단을 탓해 웃음을 줬다. 그러나 그는 “떨어졌지만 붙은 느낌, 가왕된 느낌이다“라며 그만큼 뜨거웠던 관객의 환호에 감동을 표하기도 했다.
사이먼디의 등장은 확실히 반전이었다. 개코에 이어 또 다시 등장한 노래하는 래퍼의 계보는 사이먼디가 훌륭하게 이었다. 과연 그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실력자는 나올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복명가왕'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만 노래 대결을 펼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13대 가왕에 도전장을 내민 8명의 새로운 복면 가수들이 1라운드 예선을 펼쳤다.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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