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사도'는 '광해'를 넘을 수 있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9.21 07: 15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또 다시 왕가를 조명한 영화 '사도'로 흥행 일선에 복귀했다. 송강호-유아인, 최고의 신구조합을 캐스팅한 그의 새 영화 '사도'는 개봉 첫 주말까지 18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추석 대목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도'는 지난 16일 막을 올린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관객몰이에 나서는 중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0일 하루 동안 48만여명이 이 영화를 지켜봤고 누적 관객 181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무려 50.8%이고 예매율도 여전히 상승 추세여서 명절 사극 신화의 계보를 이어갈 게 확실하다.
흥행 페이스도 빠르다. 개봉 4일째인 19일 오후 1시 30분 기준, 누적 관객수 100만 2,649명(영진위 통합전산망 배급사 집계 기준)으로 100만을 깼다. '사도'의 100만 돌파 기록은 이준익 감독의 천만 영화 '왕의 남자'보다 하루 빠르고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동일한 속도이다. 더불어 전 세대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천만 영화 '국제시장', '변호인'과도 같은 속도이다.

'사도'는 편한 마음으로 쉽게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래서 믿고 볼 수 있는 카드로 송강호, 유아인 그리고 이준익 감독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극장을 떠나는 관객은 절대 실망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한국 영화의 중추를 이루는 이들 삼총사가 만든 ‘사도’는 그 묵직한 존재감만으로 대한민국 관객들의 마음을 조선시대로 이끌기에 충분하니까.
역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철저한 고증, 그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연출, 극을 이끄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영화 ‘사도’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한국의 멋을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준익 감독이 메카폰을 잡아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제대로 살아났다. 여기에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뭉클한 감동과 공감까지 잡아내는데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역사를 다시 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찾고자했다. 이에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를 정통하는 이야기를 전했고, 그 안에서 배우들은 집중도 높은 감정 연기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두가 아는 역사 '사도'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이준익 감독은 앞서 열린 시사회 현장에서 “내 아버지와 내 할아버지와 빗대어 봐도 유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관객과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찍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밝힌 바다.
감독의 의도를 주문 이상으로 스크린에 풀어 놓는 배우들의 능력도 이 영화가 빛나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군왕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아버지와 한 나라의 군왕을 오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집중도 높은 연기로 그려내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그와 맞서는 사도세자, 유아인의 연기도 훌륭하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결국에는 미쳐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무엇보다 유아인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을터. '베테랑' 천만 돌파에 이어 '사도'로 여름과 가을 극장가를 관통중인 이 청춘은 보기만해도 감탄스러운 연기력과 매력을 제대로 폭발시키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극 중 사도 세자 역을 맡은 유아인은 세자로서의 기품은 물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순수한 모습, 자신을 꾸짖기만 하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끝끝내 미쳐버리는 세자의 광기 등 한 작품 안에서 수십가지의 감정을 표현해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결국 송강호와 유아인을 한 울타리에 넣고 조선시대 가장 처참한 가족 잔혹사를 스크린에 서정주의 시처럼 담백하게 풀어낸 건 이준익 감독이다. 그는 사극을 찍을 때 가장 빛났던 감독이고 빛나는 감독이며 빛날 감독이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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