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의 복귀 예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청춘을 위한 희망 여행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잉여는 사전적으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취업난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상당수 20~30대 청춘들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부르고 있다. 고학력, 고스펙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꼭 잉여가 되는 것도 아닌 셈이다.
결국 스스로는 잠재력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잉여’로 분류되는 청춘들. 이것이 바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잉여’의 새로운 정의이다. 이들 잉여 청춘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언제든 새롭게 도전해 비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잉여’는 단순한 루저가 아니라 기회와 도전을 통해 빛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바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20~30대 잉여 청춘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 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지향한다. 지난 2013년 발표됐던 동명 독립영화의 정식 TV판이기도 하다. 또한 잉여세대들의 감수성에 맞도록 그 제작방식도 독특하다. 출연자들에게는 주어진 미션이나 규칙이 전혀 없다.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인 셈이다.
대학생들이 단돈 80만원으로 1년간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며 겪는 생존기를 담아낸 리얼 다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개봉 당시 다큐 영화 부분 최단기간 2만 관객을 돌파하며 마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잉여'라는 단어의 재조명은 물론, 독립 다큐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화제작이다. 특히 영화의 연출자 겸 잉여들의 리더로 등장했던 이호재 감독은 충무로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2년 전 개봉 당시, 영화를 관람한 MBC 예능본부 손창우 PD는 감동과 흥미를 느꼈고, 이는 자연스레 연출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작년 여름 이호재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 내용을 모티브로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본격 프로그램 기획에 들어가며 원작자인 이호재 감독에게도 TV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연을 권했으나, 아쉽게도 스케줄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본인의 영화가 TV로 제작되는 것에 긍정적이었던 이호재 감독은 담당 PD뿐만 아니라 노홍철과도 직접 만남을 갖고 프로그램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제작진이 현지 촬영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응원 메시지를 전해주는 등 영화가 TV화 되는 것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고 한다.
여행의 시작점(체코 프라하)과 종착점(포르투갈 호카곶)만 정해져 있을 뿐, 모든 것이 현장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여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간에 돈이 떨어지면 각자 벌 수 있을 만큼 벌어야 한다. 또한 미리 정해진 코스가 없는 만큼 가고 싶은 나라나 도시가 생기면 갈 수 있다. 물론 필요한 교통비와 숙박비는 스스로 마련해서 여행해야 한다. 과연 이들이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20일 안에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또한 그동안 각자가 세워놓은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까? 결국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과의 미션이나 협상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과 멤버들 간의 약속만을 통해 진행한다는 것이 유일한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무모하고 대책 없는 여행을 함께할 5명의 청춘들은 누구인가?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무한한 4명의 2030세대 잉여 청년들과 여기에 연예계의 대표 무한 에너지 아이콘인 노홍철(37)이 가세한다.
포스트 봉준호를 꿈꾸며 충무로에서 방황하다 지금은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인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의 저자 태원준(34)은 잉여청춘들의 리더이자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일정한 수입이 없어 하루 끼니 때우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28), 한때 런웨이에서 김우빈, 이종석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지금은 그들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으며 활동 중인 모델 겸 배우 송원석(28), 여기에 소위 S대생이지만 현실은 뽑아주는 회사가 없어 졸업도 미루고 있다는 ‘구직 유보자’, 대학생 이동욱(26)이 막내로 함께했다.
저마다의 이유로 현재 불투명한 청춘을 살아가는 이들이 낯선 나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제작진에 따르면 이들은 수돗물로 허기를 채우고, 길바닥에서 구둣발에 채이며 노숙을 감행해야 했다. 또한 급기야 중도 포기 선언을 하는가 하면, 성격 차이로 멤버들끼리 첨예한 갈등까지 겪는 등 극한 상황도 발생했다고 한다.
이들은 좀 더 큰 세계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감도 찾는 ‘성장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을까? 도전하기 전에 포기부터 하게 만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좌충우돌하며 도전하는 생생한 과정은 오는 27일(일) 밤 11시 15분 추석특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제 1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