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반항아는 늘 설득력이 높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의 반항아는 매번 여성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유아인만의 반항아 캐릭터가 사극과 만나면 그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신분사회,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의 한 장면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다섯 편. 여덟 편의 드라마와 열 편의 영화를 찍은 유아인은 다섯 편의 사극에서 각기 다른 인물을 그렸다. 그러나 그 인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는데, 바로 '고뇌하는 청춘'을 그렸다는 점이다. 올해 영화 '사도'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두 편의 사극을 소화한 유아인의 사극 역사를 정리해봤다.
#1. KBS 2TV '최강칠우'(2008)의 흑산
유아인이 선보였던 첫 사극 인물 흑산은 고독한 미소년 자객이었다. '최강칠우'는 낮에는 의금부 나장으로, 밤에는 자객단 리더로 활약하는 영웅 칠우의 성장을 담은 드라마. 유아인은 극 중 칠우였던 에릭의 친구이자 의형제 흑산으로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경쟁작들의 인기가 높았던 탓에 시청률로 큰 득을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미 드라마 '반올림' 등을 통해 팬층을 갖고 있었던 유아인은 슬픔을 간직한, 외로운 자객의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시청자들은 유아인에게 '완소 자객', '미소년 검객' 등의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2. KBS 2TV '성균관스캔들'(2010) 걸오 문재신
유아인은 '성균관스캔들'을 통해 '걸오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본격적으로 청춘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단연 출세작 중 하나라 말할 수 있는 작품. '성균관스캔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드라마 속 '잘금4인방'에는 여주인공 박민영을 포함해 박유천, 송중기 등 당대 최고 '루키' 배우들이 포진했다. 그 중에서도 반항아에 '순정남'이었던 걸오 캐릭터의 인기는 러브라인의 주인공 이선준 역의 박유천에 버금갈 정도였다. '성균관 스캔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걸오 캐릭터는 '복장불량, 태도불량, 언행불량, 출석불량, 성적불량. 미친 말이라는 별명처럼 통제 불가능의 불량아'다. 캐스팅 당시 유아인은 원작의 팬들로부터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그는 이 걸오의 캐릭터를 반항기 가득한 눈빛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완벽히 소화해냈고, 잡음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3.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2013) 이순
'성균관스캔들'이 끝나고, 유아인은 영화 '완득이'로 충무로의 스타로 부상했다. 단순한 청춘 스타가 아닌,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로서 인정을 받은 것. 때문에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으로 분한 유아인의 연기에 많은 기대감이 몰렸다. 특히 상대역은 미녀 배우 김태희.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희대의 악녀로만 그려졌던 장희빈이 선한 인물로 그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착함'이 드라마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역시나 유아인의 젊은 왕 캐릭터는 사랑을 받았다. 유아인의 숙종 이순 캐릭터는 카리스마 있는 군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뜨거운 마음의 소유자. 하지만 그는 결국엔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비정한 인물이었고, 유아인은 십수년들을 뛰어넘으며 사랑으로 인해 고민하고, 변하는한 인물을 설득력 있고도 매력적이게 그려내며 각광을 받았다.
#4. 영화 '사도'(2015) 사도세자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 역을 연기한 유아인은 급기야 정통 사극 영화라 할 수 있는 '사도'(이준익 감독)에 도전했다. 영화로서는 첫 사극인 이 영화에서 유아인은 영조 역을 맡은 대선배 송강호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끌어냈다. 연출자 이준익 감독은 "'사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유아인을 생각했다. 사도가 가진 기질을 떠올리면 유아인 밖에 없었다"고 애초 유아인을 1순위에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히기도. 감독의 기대 만큼 유아인은 '사도'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조금씩 더 엇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멋지게 소화했다.
#5. SBS '육룡이 나르샤'(2015) 이방원
유아인의 '왕관 도전'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 '사도'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주인공인 이방원 역을 하게 된 것. 특히 유아인은 역대 이방원 역의 배우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배우로 알려져있다. 이방원 역시 아버지 이성계와 말년에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만든 인물. 유아인이 이 이방원 역을 맡으면서 '사도'와 어떻게 다른 사극 인물을 표현할지도 관심이 가는 요소 중 하나다. 또 이방원이라는 인물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왕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유아인이 맡아온 반항아 캐릭터와 맥을 같이 하는 인물. 유아인의 장점이 어떻게 드라마에 활용될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
[사진] '사도', '성균관스캔들', '장옥정, 사랑에 살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