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녕하세요’, 아버지! 우리 소통 하며 살아요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5.09.22 06: 59

  자기 밖에 모르고 총각 행세하는 아버지와 9시 이후에는 자신이 잔다고 불을 끄고 딸에게 공부도 못하게 하는 아버지가 있다는 사연은 그 자체로 고민거리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아버지로서 입장이 있고 말 못할 사연이 있었다. 아버지들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속내를 털어놓았으면 조금 더 ‘안녕’한 가족이 됐을 것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아버지 두 명의 사연과 동생에게 집착하는 언니의 사연이 소개됐다. 특히 첫 번째 사연으로 소개된 SNS에서 총각 행세하고 아이들 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철없는 남편은 147표를 받으며 새로운 1승으로 떠오르며 MC와 방청객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철없는 남편의 철없는 행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남편의 SNS에 댓글을 남긴 아내를 차단하고 아내 몰래 워터파크에 다녀와서 SNS 올린 사진을 걸리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매주 일요일 마다 야구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새벽에 나가서 오후에 들어오는 생활을 7년째 하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과자도 주지 않고, 소세지 반찬도 양보하지 않는 등 온갖 철없는 행동으로 분노를 샀다. 특히 아내가 넷째 임신소식을 듣고도 남편이 전혀 기뻐하지 않았고 자연유산 됐을 때도 혼자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순간 방청객들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남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계속해서 의심하면서 가시돋힌 말을 하는 아내의 태도에 질려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은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면서 공식적으로 유부남으로 인정 받았고 조금만 더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 했다. 그런 변명이 남편의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지 못했지만 부부로서 다정한 말투로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면 갈등의 골이 그렇게까지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거실에서 자면서 9시 이후에 강제 소등하고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베개를 던지고 화를 내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방에서 잠들지 못하고 거실에서 예민하게 자는 이유는 더 안타까웠다. 이 아버지는 거실이 아닌 방에서 잠들려고 하면 생각과 고민이 많아져서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주인공의 친구는 주인공이 과거 사업이 한번 실패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에 저런 증상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왜 아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냐?”라는 MC 신동엽의 질문에 “가장으로서 아내에게까지 이런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아내도 “저렇게 까지 고민이 많은 줄을 몰랐다”며 “앞으로 이야기하고 살자”라고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방송을 통해 아버지들의 고충과 차마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속내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pps2014@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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