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SBS 예능국이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뒀다. 방영 중이던 프로그램들을 전면 개편 또는 편성 이동하거나,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투입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한 것. 이에 지상파 3사 예능의 판도가 뒤바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장수 프로그램도 예외는 없다, 힐링캠프·스타킹
2011년 시작해 독보적인 토크쇼 콘셉트와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안정적인 위치로 자리 잡았던 ‘힐링캠프’는 지난 7월 4주년을 맞아 대폭 개편을 시도했다.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의 3MC체제에서 김제동만이 잔류한 가운데, 길거리 공연 ‘버스킹’과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토크쇼’의 컬래버레이션인 ‘토크버스킹’ 형식이 도입된 것.
‘토크버스킹’의 첫 번째 프로젝트 ‘500인’은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펼치는 토크 콘서트의 형식으로, 게스트와 시청자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는 더 이상 단순한 청자가 아닌 게스트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이 돼 스타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MC부터 포맷까지 싹 바뀐 ‘힐링캠프’는 신선함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데 성공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는 상황. 장수 프로그램이 주는 안정감 대신 과감한 승부수를 택한 보람이 있는 셈이다.
이는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주말 예능의 자리를 지켜왔던 ‘스타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편을 위해 잠시 안녕을 고했던 ‘스타킹’은 추석을 기점으로 기존 포맷에 플러스알파를 더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포맷뿐만 아니라 작가진까지 교체할 정도로 남다른 각오를 드러낸 ‘스타킹’의 개편 내용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족, 친구, 친척이나 지인의 제보를 받은 출연자만이 출연했던 기존의 방송과 달리 제보자가 함께 출연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초창기처럼 출연자들끼리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것이다. 본래 ‘스타킹’이 추구하던 경연 방식으로 돌아와 오락적인 재미를 높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개편을 시도한 ‘힐링캠프’처럼 장수 프로그램의 지루함은 버리되, 고유의 브랜드 가치는 잃지 않는 현명한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편성 이동이 신의 한 수, 불타는 청춘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간 금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됐던 ‘불타는 청춘’은 SBS가 새롭게 선보인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 천왕’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지난 달 말부터 화요일 오후 11시대에 전파를 타게 됐다. 갑작스런 편성 이동에 고정 시청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을 제치고 화요 예능 최강자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것.
현재 전반적으로 4~5%대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지상파 평일 예능 사이에서 편성 이동 후 줄곧 시청률 1위를 이어오고 있는 ‘불타는 청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침체 극복할 구원투수, 3대천왕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3대천왕’이 침체기를 겪고 있던 SBS의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과는 달리, 소문만큼이나 풍성한 재미와 신선한 요리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는 것. 또한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7.9%(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시청률 부진과 연이은 파일럿 프로그램의 폐지로 울상 짓던 SBS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인 ‘3대천왕’은 이처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쿡방’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특히 ‘예능 대세’ 백종원의 맛깔 나는 먹방과 재치 있는 입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킨 것. 하지만 ‘3대천왕’은 아직 4회까지만 방송된 상태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꾸준히 이 기세를 이어나가 SBS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