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지상파 3사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의 경연장이다. 어떻게든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예능 명가’ MBC를 시작으로 명절마다 파일럿 방송을 내보내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명절 안방극장을 잡으면, 다음 개편 때 새 자리를 꿰차니 명절은 그야말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의 살떨리는 대결판이 되고 있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다. 지난 설 특집 당시 대박을 터뜨려 현재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일밤-복면가왕’의 뒤를 이을 프로그램은 누가 될까.
# 예능 명가가 내놓는 신생아들은 이번에도 우량아일까
명절 파일럿 대전의 불씨를 당긴 책임자는 MBC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 상당수가 명절에 조심스럽게 내놓은 후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다. 제 2의 ‘복면가왕’이 누가 될 지가 큰 관심사다.
일단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예능은 아무래도 자숙 후 첫 발을 디디는 노홍철의 복귀작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홍철과 청춘들의 여행을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노홍철은 생면부지의 20~30대 남자 4명과 ‘황당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약 20일간의 여정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노홍철 등 5명의 일행은 최소한의 경비만을 준비한 채, 여행 도중에 ‘창조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비용을 충당해가며 버티는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방송은 27일과 28일 오후 11시 15분.
‘나 혼자 산다’를 기획하고 연출했던 이지선 PD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바로 ‘능력자들’이다.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 그들이 가진 지식능력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구성이다. 일명 ‘덕후’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김구라와 유세윤이 MC로 나선다. 방송은 추석 연휴 중으로 아직 미정이다.
꿈의 무대가 펼쳐진다. ‘듀엣가요제 에잇플러스’는 국내 최정상 걸그룹 8팀의 대표 멤버들과 일반인이 함께 파트너가 되어 꿈의 듀엣 무대를 만드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씨스타 소유, 에이핑크 김남주, AOA 초아, 시크릿 전효성, 미쓰에이 민, 포미닛 허가윤, 애프터스쿨 리지, 마마무 휘인이 선발된 일반인 출연자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방송은 25일 오후 9시 30분.
# 제 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찾아라
KBS는 현재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2년 전 추석 때 파일럿 방송으로 전파를 탄 후 정규 편성의 기회를 얻었다. KBS는 명절마다 제 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찾고 있지만 언제나 큰 화제를 만들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반전을 이룰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희열, 정형돈, 유병재의 만남인 ‘여우사이’다. 이미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한 후 큰 관심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라디오와 TV 두 매체의 장점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세 사람의 재밌는 조합이 인상적인 구성이다. 생방송 라디오 당시 세 사람의 빵빵 터지는 입담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은 29일 오후 10시 55분.
전현무의 KBS 복귀작인 ‘전무후무 전현무쇼’는 전현무가 단독 MC로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새롭게 시도되는 1인 미니멀라이즈 방송으로 최저 예산, 최소 세트, 열린 포맷, 1인칭 전지적 전현무 시점이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지향한다. 한 회가 토크쇼, 야외 VCR, 전현무가 직접 진행하는 뉴스까지 기상천외한 구성으로 진행된다. 방송은 28일 오후 8시 30분.
지난 6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찾았던 ‘네 멋대로 해라’가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다. 옷을 주제로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 나 홀로 옷 입기에 도전하는 스타들의 패션에 대한 다양한 고군분투를 다룬다. 정형돈, 안정환, 성시경이 MC로 나선다. ‘네 멋대로 해라’는 게스트의 옷을 통해 몰랐던 스타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함과 동시에 옷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줄 예정이다. 방송은 29일 오후 6시 20분.
# 부진에 허덕이는 SBS 구할 수 있을까
최근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은 SBS는 한 박자 쉬어가는 분위기다. 상반기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백종원의 3대천왕’ 등을 편성해 자리잡은 SBS는 추석 특집 예능이 타사에 비해 많지 않다. 더욱이 ‘주먹쥐고 소림사’의 남자와 여자 편 촬영을 마친 상태라 가을 개편에 활용할 탄알이 없지 않다. 다만 전체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 파일럿 예능이 ‘심폐소생송’이 반전을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은 가수들의 앨범 속 고이 잠들어 있는 숨은 명곡을 원곡 그대로 소화하며,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구성이다. 가요계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인 옥주현, 린, 정인, 이영현이 출연한다. 노래를 부르는 예능은 명절마다 안정적인 인기를 끄는 구성이다.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가수들이 감동적인 노래 선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방송은 26일 오후 10시 45분.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