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논란’ 죽어나는 건 중소기획사들 [음원사재기②]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9.23 17: 12

 고래는 싸움도 안 했는데 새우 등만 터져나가는 꼴이다.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들이 음원차트 순위를 조작하는 이른바 ‘음원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중소기획사들이 브로커들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 브로커들은 ‘대형기획사들도 사재기를 다 하는데 너희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영세 기획사에 접근하고, 이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음원사재기’가 또 다시 수면에 오른 것은 지난 21일 JTBC '뉴스룸'이 "일부 대형 기획사에서 음원을 사재기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음원 사이트에 아이디를 수천 개 만들어놓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24시간 돌리는데, 중국에 브로커가 연결돼 있어 수백 개 휴대전화를 이용해 순위를 조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 같은 ‘브로커’들은 확실히 존재한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음원 사재기를 제안하는 브로커들이 있다. ‘대형 기획사도 다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순위권에 가수의 곡을 올려준다고 유혹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브로커를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사재기를 해 주겠다는 문자는 받은 적이 있다. 몇 계단 위는 2~3000만원, 순위에서 쭉 버티려면 몇 억이라고 하더라. 그렇게까지 할 여력이 솔직히 안 된다. 그래서 아예 만나지 않았다"라고 해당 작업이 굉장히 '고가'라 쉽지 않았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작 대형 기획사들은 ‘음원사재기’를 하기 어렵다. 상장사는 세무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해야하기에 불법 행위가 원천 차단 돼 있기 때문. 그런데 브로커들이 대형 기획사들이 큰돈을 들여 음원사재기를 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영세 기획사들을 꼬드기고 있다. 성공이 간절한 이들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브로커들은 배를 채우고 있다. 
사재기를 해도 효과는 없다. 멜론의 한 관계자는 22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가요계에 불거지고 있는 ‘음원사재기 논란’에 대해 “비정상적인 접근은 차단하고 있다”며 “‘음원사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이용에 대해서는 모니터 하고 있다. 중복 아이디로 비정상적인 이용을 하는 경우 차트에 반영이 되지 않도록 로직이 짜여있어 ‘사재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차트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다.
앞서 JTBC의 보도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아이콘을 겨냥하는 듯했다. ‘9월 중순 처음으로 음원을 공개한 아이돌 그룹’, ‘1시간 만에 멜론의 순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팀’으로 타겟을 한정지은 것. YG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보도를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가요계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라고 있는 것. 이날 YG엔터테인먼트의 한 고위 관계자는 OSEN에 “JTBC의 보도를 환영한다. 지난 2013년에도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의혹을 제기했고,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성과가 없었다. 의혹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앞서 ‘음원사재기’를 잡아달라고 수사를 요청한 대형 기획사들이 되려 의심을 받는 꼴이라니. 지난 2013년 8월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대형 음반기획사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 행위'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음원사재기 논란이 불거질 때면 중심에는 아무래도 자본력을 갖춘 대형기획사가 항상 거론되고 있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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