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가 본격 코미디까지 장악했다.
여지껏 소년의 모습으로 진지하고 복잡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온 여진구가 영화 '서부전선'을 통해 코미디까지 잘하는 배우로 거듭날 전망이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살인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화이 역이나 ‘내 심장을 쏴라’에서 정신병원에 평생 갇혀 있으면서 바깥 세상과 자신을 고민하는 수명까지, 줄곧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여진구는 이번 영화 ‘서부전선’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북한군 졸병을 연기하며 코미디까지 장악한 모양새다.
‘서부전선’에서 여진구가 맡은 영광은 정체성이나 심각한 고민은 없다. 오직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여진구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서부전선’은 전쟁 상황을 담고 있지만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런 만큼 심각한 전쟁에서 거리를 둔 ‘서부전선’에서 여진구는 편안해 보였다. 모든 게 서툴고 어설프며 장난기 넘치는 졸병 영광은 벌에 쏘인 분장까지 하며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서부전선’에서 여진구와 설경구는 뛰어난 호흡을 보여줬다. 설경구와 여진구는 30년의 나아치가 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설경구에게 때리고 욕하는 여진구에게서는 전혀 그런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현장 분위기에서 비롯된 여진구와 설경구의 자연스러운 궁합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해적’의 각본을 맡았던 천성일 감독 특유의 개그코드까지 어우러져서 웃음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여진구는 이북 사투리 연기도 훌륭히 소화했다. 사투리 연기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억양과 단어 등 습득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노력이 많이 필요한 연기다. 여진구는 이미 영화 ‘백프로’에서도 통영 지방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한 바 있다. 이번 ‘서부전선’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는 이북 사투리 연기로 찰진 욕과 대사들을 구사하며 웃음과 함께 관객들이 영광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직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배우가 훈훈한 외모에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연기력에 여심을 공략하는 중저음 보이스까지 갖춘 것만해도 대단하다. 거기에 여진구는 웃길때 웃길 줄도 안다.
한편 여진구와 설경구가 호흡을 맞춘 ‘서부전선’은 오는 24일 개봉 예정이다. /pps2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