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19禁 되는 19세의 필모그래피 [여진구열전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9.24 09: 23

여진구는 아역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분류해도 되는, 몇 안 되는 십대 배우다. 그만큼 그는 연기에서 성인 배우에 못지 않은 집중력과 표현력을 보여준다. 그 뿐인가? 훈훈한 외모에 듣기 좋은 목소리까지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이 배우는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좋은 조건들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일부 누나팬들은 그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 연하의 배우로 손꼽을 정도.
하지만 개구리에도 올챙이 시절은 있었다. 어릴 때부터 큰 사랑을 받은 여진구도 한 순간에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역'만을 숱하게 해 온 시간들이 있었고, 또래 아역 배우들과 로맨스를 그리며 온 국민의 '남동생'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한 시간이 있었다. 귀여운 꼬마에서 김윤석, 설경구 등 충무로 특급 배우들과 함께 엔딩크레딧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유망주로 성장하기까지, 여진구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봤다.

#1. 아역시절(2005~2011)
여진구의 데뷔작은 2005년 영화 '새드무비'(권종관 감독)다. 옴니버스식인 이 영화에서 그는 배우 염정아와 짝을 이뤄, 엄마와 아들의 눈물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당시 9살이었던 여진구는 암에 걸린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을 연기했는데, 귀여운 외모와 앙증맞은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여진구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아역 배우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드라마는 '히트'(2007), '연개소문'(2006), '게임의 여왕'(2006), '일지매'(2008), '타짜'(2008), '식객'(2008), '자명고'(2009), '자이언트'(2010),'무사 백동수'(2011), '뿌리깊은 나무'(2011) 등 수도 없이 많다. 영화 역시 '예의없는 것들'(2006),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쌍화점'(200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에서 아역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두 종류로 추려볼 수 있는데, 성인 배우의 어린 시절 역할이나 극 중 등장하는 어린이 배역이다. 툭히 여진구가 아역 배우로서 두각을 드러낸 작품은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등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배역들. 여진구는 이 작품들에서 성인 못지 않은 연기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2.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아역배우로 상한가를 달리던 여진구를 전국민의 '남동생' 혹은 '오빠'로 만들어 준 작품은 '해를 품은 달'이었다. 역시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가 된 김수현이 맡은 이훤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여진구는 김유정과 함께 풋풋한 왕실 로맨스를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당시 트렌드에 따라 아역 배우들의 분량이 많았는데, 전체 20회 중 앞의 6회까지를 아역 배우들이 이끌었다.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등 아역 연기자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아, 오히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성인 배우들로 바뀌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여진구의 멜로 연기는 단순히 '귀엽다'의 수준을 넘어 많은 여성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음을 다해 연우(김유정 분)를 좋아하는 첫사랑 오빠의 풋풋한 모습은 그를 아역이 아닌 '왕자님'으로 보게 만들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성인 연기자들 못지 않은 안정적이고 탁월한 연기력이 있었다.
#3. 멜로의 봇물(2012-2015,'보고싶다'~'오렌지 마말레이드')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준 애틋한 멜로 연기 때문일까? '해를 품은 달'을 찍고 난 후, 여진구는 어느새 멜로를 주로 하는 아역 배우가 됐다. 역시나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해를 품은 달'에서 한 차례 함께 연기한 바 있는 김소현과의 애틋한 연기. 그는 MBC '보고싶다'에서 주인공 박유천(한정우 역)의 아역을 맡아 첫사랑을 앓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빗속에서 김소현과 보인 열연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개봉을 앞둔 즈음에 시작한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을 통해 여진구는 데뷔 이래 가장 오랫동안 TV에 얼굴을 비쳤다. 120회 분량의 이 시트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노씨 집안의 잃어버린 막내로 오해를 받아 그 집에서 살게 된 어린 해커 홍혜성 역. 여기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연상인 하연수와의 로맨스 연기. 특히 여진구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이 작품에서 키스 신을 시도하며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최근 출연한 KBS 2TV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그는 지상파 TV에서는 처음으로 12부작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는데, 설현과의 시대, 신분, 종족을 초월한 러브스토리가 사랑을 받았다.
#4.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여진구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장준환 감독)다.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등 충무로의 굵직한 연기파 배우들이 모두 모인 이 영화에서 그는 무려, 타이틀롤을 맡았다. 여진구가 연기한 화이는 다섯 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 소년은 다섯 아버지의 밑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괴물이 돼 간다. 여진구의 생동감 넘치고 흡인력 있는 연기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청소년 연기자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라고 믿을 수 없다는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가 잔인한 장면으로 인해 '19세 이하 금지' 영화가 됐다는 점인데,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여진구는 17세라는 어린 나이 때문에 "(출연한 영화인데도)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5. 투톱시대(2013~ )
이미 '해를 품은 달' 등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여진구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외에도 다양한 영화들에 출연했다. 그 중에서도 이미 개봉을 한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성인 배우들과 투톱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것. 비록 흥행으로는 큰 빛을 못 봤지만, 윤시윤과 함께한 영화 '백프로'(김명균 감독), 이민기와 함께 한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가 그 작품들이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세운 영화를 찍어온 여진구는 급기야 아빠뻘의 대선배와 마주하게 되는데, 설경구다. 설경구와 여진구가 함께 한 영화 '서부전선'(천성일 감독)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두고 벌이는 남한군 쫄병 남북과 북한군 쫄병 영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번 영화에서 여진구과 설경구는 동등한 선상에서 연기를 펼치는데, 과연 여진구가 연기 선배이자 둘째가라면 손 꼽을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어떤 호흡을 만들어냈는지가 관전포인트다.  /eujenej@osen.co.kr
[사진] '서부전선', '새드무비', '보고싶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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