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과 권상우의 이름 사이에 하트 표시를 붙여도 될까? 생각만 해도 어색하지만, 추석에 만큼은 그래도 괜찮을 듯 싶다. 두 '상남자'가 추석을 사로잡을 '브로맨스'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24일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김정훈 감독, 이하 '탐정')은 성동일과 권상우의 콤비 플레이 영화다. 얼핏 '이게 웬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조금은 지나친 선입견이다.
'탐정'은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 분)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과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
버버리 코트를 입은 과묵한 형사는 성동일이, 추리에 미친 유부남 만화방 주인은 권상우가 맡았다. 얼핏 서로 반대가 되는 역할을 맡은 것 같기도 한데, 실제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두 사람의 어울림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화 속 성동일과 권상우의 모습은 '톰과 제리'가 떠오를 정도의 앙숙이다. 이루지 못한 경찰의 꿈 때문에 매일 형사인 친구가 있는 경찰서에 와서 사사건건 사건에 개입하는 강대만, 그런 그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하는 형사 노태수는 영화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로맨틱 코미디 속 남녀 못지 않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싸움을 벌인다.
강대만이 수사에 끼고 싶어 안달이 나 노태수를 쫓아다니면, 노태수는 거머리 같은 그를 떼놓기 위해 다소 잔인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함께 사건에 휘말려 가고,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드디어 우정을 싹 틔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사건들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거기에 영화 전체의 맥을 끌고 가는 추리의 과정도 나쁘지 않다.
성동일과 권상우가 만든 호흡은 의외의 '브로맨스'라 할 수 있다. '브로맨스'는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s)'를 합한 신조어. 영화 속 앙숙처럼 서로를 골탕먹이고 괴롭히면서도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딱 '브로맨스'다.
톰과 제리 같은 모습이면서도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극 중에서도 극 밖에서도 '아빠'라는 점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실제로도 아빠이기 때문인지, 아빠 역할을 꽤 잘 해낸다. 특별히 권상우는 아기를 한동안 안고 다니며 우는 아이를 달래고,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 등 '아빠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답이 될만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권상우를 한심하듯 바라보는 성동일은 또 다른 아빠의 면모를 보여주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과연 이 '추석 브로맨스'는 준비한 만큼의 애정을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탐정'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