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살고 돈에 죽는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출발했다. 장혁이 거상으로 거듭나는 36부작 대장정의 시작에는, 선대의 인연과 악연이 촘촘하게 그려지면서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2015' 1회에서는 돈이 왕이 되는 격변의 조선시대, 19세기 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보부상인 천가객주는 산삼보다 귀하다는 말린 해삼을 팔기 위해 청나라로 떠났다.
대규모 보부상단인 천가객주는 착실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돈 냄새를 맡고 들러붙는 탐관오리와 고리대금 업자, 밀매꾼 등 역경과 위기가 계속됐다. 특히 길상문(이원종 분)이 천가객주를 담보로 큰돈을 빌리면서 천가객주가 통째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긴장감을 조성,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등장, 돈에 얽힌 탐욕과 유혹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뤄졌다. 돈이 신이 된 시대, 돈이 계급이 된 이 시대를 관통할 조선시대 '객주'의 이야기는 꿈과 희망을 전하겠다는 각오대로 이야기를 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높였다.
또한 책문으로 향하는 길목이 끊기자 장사를 위해 목숨을 거는 보부상단의 치열함, 이 가운데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생사의 갈림길에 선 어린 봉삼(장혁 분)과 오수(김승수 분), 이들을 구하려는 상문 등의 모습은 이들의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를 쉽게 몰입하게 했다.
'객주'는 기획안만 400페이지라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의 시작부터 몰입도를 높이는 역동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끌었다. 천가객주 상단의 이동을 헬리캠을 통해 보여주며 웅장함을 선사하거나 각 캐릭터의 속내를 보여주는 타이트샷으로 집중도를 높이는 등 돈을 소재로 한 거친 결의 드라마를 세심하게 세공하는 사극 명장 김종선PD의 연출은 현실과 맞닿은 이 드라마를 더욱 생생하게 완성했다.
또 아역 연기자들의 열연은 장혁, 김민정, 유오성, 한채아 등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하는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고, 김승수, 박상면, 이원종 등의 명품 연기는 드라마의 밑그림을 재빠르게 완성하며 시선을 붙들었다.
'객주'는 밑바닥 보부상에서 시작해 진정한 상도를 펼치며 조선 최고의 거상이 되는 천봉삼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담는다. 1979년부터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김주영의 역사소설 '객주'를 원작으로,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객주를 거쳐 마침내 거상으로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jykwon@osen.co.kr
[사진]'객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