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보다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그간 극의 갈등을 조장하는 '악녀' 캐릭터로 가볍게 소비돼왔다. 청순하고 가녀린 외모로 남성 캐릭터의 보호 속에서 웃고 울던 여성 캐릭터들이 결국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이 익숙했던 것. 하지만 이제 드라마 속의 캐릭터 가운데서도 '센 언니'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자신의 의지대로 알을 깨뜨리고 나가는 당찬 캐릭터들이 보다 많은 시청자의 응원을 끌어내면서, 악녀 그 이상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통상 '센 언니'로 불리며 시청자의 응원을 끌어낸다. 특히 이 같은 캐릭터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등의 극적인 요소와 결합한 것보다는, 보다 현실에 발붙인 예능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매회 큰 화제를 모으는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는 예쁜 척하지 않는 여자들의 랩 대결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방송의 재미를 위해 힙합 문화의 일부로 여기는 랩디스가 주로 등장하며 상대방 면전에 대고 할 말은 하는 센 언니들의 대결이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뚜렷한 소신으로 중심을 잡고, 실력으로 명분을 갖춘 '센 언니'들의 목소리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특히 제시는 '니들이 뭔데 나를 판단해'라는 유행어로 최근의 '센 언니' 인기 열풍을 이끈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자존감 높은 태도와 시청자를 수긍하게 한 랩실력은 그의 말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또 상대방을 무조건 비하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에게 먼저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늘 타인을 배려하며 '착하게' 보이는 게 미덕이라고 여겼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제시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인 MBC '일밤 진짜 사나이'에도 출연했는데, 멘탈에 비해 약한 체력과 철저한 상하계급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문화적 차이에 고비를 맞는 듯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 두 팔 걷는 김부선도 '센 언니' 캐릭터로 시선을 끈다.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 비리 의혹을 터뜨리며 소셜테이너로 활발히 활동한 것. 선뜻 나서기 힘든 문제에 두 팔 걷고 나서는 그의 용기 있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성원을 얻었다. 본업을 포기할 각오로 난방 비리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한 김부선의 과감한 도전과 열정은 부당한 일에 쉽게 나서지 못했던 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를 보여줬다. 또 자신의 안티를 향해 '짜샤'라는 말을 날릴 줄 아는 그의 쿨한 행동까지 더해지면서, 김부선은 호감 연예인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 김부선은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하차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료 연예인과 제작진을 무차별 저격하는 신중하지 못한 태도, 또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 폭로가 거듭돼 대중에게 피로도를 쌓이게 하면서 공감대를 다소 잃기도 했다.
힘이 센 언니도 있다. 이영자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몸무게와 관련한 개그로 웃음을 안기는데, 자기 비하는 가능하지만, 자신의 몸매와 관련한 개그를 보태는 신동엽이 깐족댈 때마다 핵파워로 그를 제압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다. 또 이영자는 우람한 덩치를 이용해 보통의 남자들보다 힘이 센 모습을 보이면서 반전에서 오는 재미를 안기는 등 당당한 몸매 개그로 시선을 끈다. 김현숙도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남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고전미인의 대명사, '이영애'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는 전면 대치되는 뜨거운 성격의 김현숙은 조덕제, 정지순 등 '진상남'으로 대표되는 이들과 벌이는 치열한 몸싸움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비록 '막돼먹었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걸쭉한 욕과 함께 통쾌한 응징을 보이는 김현숙은 능동적인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는다. /jykwon@osen.co.kr
[사진] CJ E&M,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