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털털? 이젠 센언니다 [위풍당당 센언니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09.24 09: 22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 살짝 짓는 눈웃음까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하늘하늘거리는 청순함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첫사랑 이미지이다. 이에 대중 문화계에서는 이런 청순녀들이 남성들의 로망이자 여성들의 질투 유발자 혹은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청순함을 깨부수고 의외의 털털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여성들이 각광 받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거침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일명 ‘센 언니’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얻고 있다.
90년대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를 비롯해 김희선, 우희진 등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의 청순미녀들이 드라마 속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여자 주인공은 꼭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수줍고 여렸으며, 미련할 정도로 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지곤 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과 일에서 모두 성공하는 주인공을 통해 더 큰 희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요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지연, 강수지, 하수빈 등 청순한 여자 가수들이 신드롬 급의 인기를 얻었으며, SES와 핑클 등 걸그룹들도 청순 콘셉트로 데뷔해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청순이 아닌 여전사 이미지의 베이비복스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명확히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등의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그간 드라마나 광고 등을 통해 청순함과 신비주의 콘셉트를 고수하던 여배우들이 달라져 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KBS 2TV ‘1박2일’의 여배우 특집이다. 청순함의 대명사로 알렸던 최지우, 김하늘 등이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망가짐도 불사하는 모습이나 과감한 민낯 공개 등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 진행됐던 ‘여사친’ 특집 역시 문근영, 박보영 등 지금껏 알지 못했던 국민 여동생들의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는 예능에서 민낯을 공개한다거나 내숭 하나 없는 털털한 진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감추고 가렸던 과거와는 달리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친근함을 쌓는 것이 이미지적으로 더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발맞춰 드라마 속 여자 캐릭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늘 여리고 약한 모습으로 성 캐릭터들의 보호 아래서 울고 웃던 여주인공의 틀을 벗어나 조금 더 진취적으로 자신의 일을 개척하는 위풍당당한 여주인공들이 늘어났고, 이는 곧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센 언니’라 불리는 당찬 캐릭터들이 악녀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범주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열띤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인기 역시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예쁜 척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랩에 담아 상대방에게, 혹은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당당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대리 만족을 안긴다. 특히 ‘센 언니’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시의 거침 없는 행동에 뜨거운 환호를 보낼 수 있는 건 그만큼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조건적인 상대 비판이 아닌, 실력만을 놓고 평가하고 인정하는 솔직한 태도는 열광할 수밖에 없는 제시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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