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작가의 신작인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이 매회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하는 이야기로 시청률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현재까지 6회 밖에 방송되지 않은 이 드라마는 드라마를 이끌어갈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시청률 20%에 육박하고 있다.
‘내딸 금사월’은 남편의 불륜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점을 찍고 복수를 한다는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김순옥 작가의 작품. 지난 해 MBC에서 ‘왔다 장보리’ 열풍을 이끌었던 김 작가는 이번에도 출생의 비밀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음모와 갈등을 주무기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유리 분)이라는 시청자들의 욕을 한 바가지로 먹는 악역을 만들었던 김 작가는 이번에도 오혜상(박세영, 아역 이나윤 분)이라는 연민정과 똑닮은 행보를 보이는 독종을 만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가 ‘왔다 장보리’의 ‘스핀오프’라고 해도 될 만큼 똑닮아 재밌지만 ‘자가 복제’라는 지적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 한복 명인이 되기 위한 갈등, 이번엔 건축사
‘왔다 장보리’는 옥수(양미경 분)와 인화(김혜옥 분), 그리고 이들의 친딸 혹은 양딸이었던 장보리(오연서 분)와 연민정(이유리 분)이 진정한 한복 명인을 가리기 위해 대립각을 세웠다. 옥수와 보리는 인위적인 장치보다는 정성과 입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장인이었고, 인화와 민정은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장식에 치중했다.
‘내딸 금사월’은 건축사의 대결이다. 선대가 오민호(박상원 분)와 강만후(손창민 분)라면, 후대가 오혜상과 금사월(백진희 분, 아역 갈소원 분)이다. 민호는 사는 사람을 위한 한옥을, 만후는 ‘왔다 장보리’ 속 악녀들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것을 꾸미는 사람이다. 오혜상과 금사월 역시 진정한 건축 장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한복이 건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 꼬이고 꼬인 출생의 비밀과 공통 분모 안내상
‘왔다 장보리’ 인화의 딸은 보리였다. 인화는 민정을 양녀로 키웠고, 민정의 방해 속에 딸 보리와의 재회가 끝까지 미뤄졌다. 인화가 보리의 정체를 모른 채 보리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보리와 옥수가 손을 잡고 인화와 대항하는 과정이 50부 내내 펼쳐졌다. 마지막 10부를 남기고는 뭘 해도 쓰러지지 않는 연민정의 ‘위기탈출 넘버원’이 끝도 없이 담겼다.
'내딸 금사월' 오민호와 강만후는 신득예(전인화 분)를 동시에 사랑했다. 오민호와 신득예 사이에서 낳은 딸이 금사월이다. 오혜상의 방해 속에 오민호는 금사월이 아닌 오혜상을 친딸로 오해하고 있다. 신득예는 강만후가 외도해서 낳은 아들 강찬빈(윤현민 분, 아역 전진서 분)으로 인해 금사월에 대한 억하심정이 생겼고 향후에도 상당기간 두 사람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강만후의 악행과 오혜상으로 인해 얽혀버린 출생의 비밀은 ‘왔다 장보리’에도 출연한 바 있는 주기황(안내상 분)이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안내상은 ‘왔다 장보리’에서 유일하게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는 정상적인 인물을 연기했고, 각종 비밀을 깨부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내딸 금사월’에서도 마찬가지다.
# 개연성은 개나 줘버려, 무한한 힘을 가진 ‘못된 놈’ 전성시대
모든 막장 드라마가 그러하듯 김순옥 작가는 이 두 드라마를 만드는데 있어서 개연성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음모를 펼치는 악역은 펄펄 날아다니고, 악녀에게 당하는 이들은 언제나 힘이 없다.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과 인화, 그리고 연민정의 친모인 도혜옥(황영희 분)이 정말 극악무도한 일을 꾸몄다면 ‘내딸 금사월’에서는 강만후, 오혜상이 중심에 있다.
이들은 큰 야망을 품고 성공을 위해 도덕성은 신경쓰지 않는 악역이다.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게 당연하고, 정말 운도 ‘더럽게’ 좋으며, 권세가 대단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들이 가진 무한한 힘은 선한 인물을 무던히도 괴롭혔다. ‘왔다 장보리’에서 보리와 옥수가 늘 당했고, ‘내딸 금사월’에서는 금사월이 핍박을 견디고 있다.
한 작가가 쓴 작품인지라 하나하나 뜯어보면 흡사한 구석이 많은 두 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울화통이 터지는 전개에도 예상 외의 웃기는 요소, 그리고 빠르게 휘몰아치는 전개로 안방극장을 잡은 것처럼 ‘내딸 금사월’ 역시 초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어이가 없긴 해도 일단 흥미는 있는 ‘내딸 금사월’의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남은 40여부를 기다리기에는 성미가 너무도 급하다면, ‘왔다 장보리’를 다시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내딸 금사월’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왔다 장보리’가 지나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