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부터 제 2의 ‘토토가’는 무리였나 보다. ‘어게인’이 추억 노래를 안방극장으로 소환시킨다는 명목 하에 그리웠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앞으로 정규 편성이 된다면 보완해야 할 요소가 있어 보이는 아쉬움을 남겼다. 차라리 ‘무한도전’이 재탕이어도 손수 우려먹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24일 방송된 MBC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 50’은 가요계의 전성기였던 1995년과 1996년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을 무대로 끌어들였다.
오랜 만에 만나는 가수들, 그 가수들이 부르는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 어느 순간에는 울컥했고, 어느 순간에는 흥겨웠다.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게 만드는 힘, 오랜 명곡이 가진 힘이다. 뭉클한 순간이 많았다. 영턱스클럽은 다리를 찢는 ‘가위치기’를 했고, 임성은은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위암 투병을 한 육각수 멤버 도민호는 체력이 떨어져 중간에 무대가 끊길 뻔 했지만 조성환이 기지를 발휘해 더욱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추억팔이라고 누군가는 얕잡아볼 수 있겠지만, 추억을 상기시키는 구성이 안방극장에 ‘먹히는’ 건 사실이었다. 분명히 가수들의 무대는 반갑고, 즐거웠으며, 적당한 감동이 있었다.
다만 정교하지 못한 구성상의 실패는 곳곳에 묻어났다. 몰입을 방해하는 순간이 종종 벌어졌다. 사실 1990년대 음악에 대한 향수를 처음으로 자극한 것은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멤버들의 기획에서 우연히 출발한 ‘토토가’ 특집은 열풍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음악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흘러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채워주는 계기가 됐다.
때문에 ‘어게인’이 제 2의 ‘토토가’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등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쏠쏠한 장사를 해오던 MBC가 아니던가. 기대와 달리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하는 가장 큰 실수인 노래 사이에 인터뷰를 집어넣어 흐름을 깨는 오판을 했다. 무엇보다도 워낙 많은 가수들을 불러모은 까닭에 오랜 만에 만난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듣지 못해 좀 더 흡인력 있는 무대를 만들지 못했다.
‘무한도전’이 ‘토토가’ 특집의 깊은 감동을 만든 건 무려 4~5주간 준비 과정을 내보내며 시청자들에게 가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시간도 마련했고,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아 무대를 더욱 즐기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단 1회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어게인’은 시청자들에게 가수들과의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고, 심지어 구성 자체도 노후한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려 2시간여 동안 방송됐지만, 제작진이 공을 들인 것에 비해 방송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았다. 제작진이 발품을 팔아가며 섭외한 가수들은 화려했고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 이를 묶어주는 구성이 산만하고, 감동이 이어질 틈이 없이 빠르게 지나가 감정 이입을 하며 노래를 즐기지 못하게 했다. 사실 정규 프로그램이고, 많은 공을 들이는데 익숙하고 제작상의 여건이 되는 ‘무한도전’의 ‘토토가’와 추석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인 ‘어게인’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일 수는 있지만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두 번째 특집 방송으로 ‘토토가’ 구성을 택했을 때부터 이미 ‘무한도전’으로 눈이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악조건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각오를 했을 터다. 차라리 재탕이어도 ‘무한도전’이 ‘토토가’ 특집 2탄을 준비했으면 어땠을지 기본적인 출발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게인’의 진행자였던 김성주, 정형돈, 씨스타 소유는 이날 다음을 기약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어게인'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구성을 새롭게 짜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어게인’은 DJ DOC의 ‘여름이야기’와 ‘머피의 법칙’, R.ef의 ‘이별공식’,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영턱스클럽의 ‘정’, 주주클럽 주다인의 ‘열여섯 스물’,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김정민의 ‘슬픈 언약식’,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 무대가 펼쳐졌다.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와 솔리드의 ‘천생연분’은 각각 강균성과 갓세븐이 대신 꾸몄다. / jmpyo@osen.co.kr
[사진] ‘어게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