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전도연, 전지현 등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던 상반기 극장가와는 다르게, 추석 극장가에는 여배우들이 사라졌다.
영화 '사도'부터 '서부전선', '탐정:더 비기닝(이하 '탐정')'까지 남자배우들이 추석 극장가를 장악한 것.
추석 극장가 대전의 스타트를 끊은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 사건을 다룬 작품. 아버지이기 이전에 왕이어야 했던 영조 역에는 배우 송강호가,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바랐던 사도세자 역에는 배우 유아인이 분했다.
개봉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추석=사극' 공식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는 '사도'는 송강호와 유아인의 환상적인 연기 대결 및 호흡으로 추석 극장가 장악을 예고하고 있다.
'서부전선'은 설경구와 여진구가 힘을 합쳤다. 남한군 졸병 남복과 북한군 졸병 영광의 이야기를 다룬 '서부전선'에서 설경구가 군사 기밀 문서를 잃어버린 남한군 졸병 남복 역을, 여진구가 군사 기밀 문서를 우연히 갖게 된 북한군 졸병 영광 역을 맡았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제작진과 천성일 작가가 직접 각본, 연출까지 맡은 '서부전선'은 천성일 작가표 유쾌한 코미디는 물론 설경구-여진구, '구구커플'의 케미스트리로 추석 극장가를 찾을 가족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마지막 빅3, '탐정' 역시도 남남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만화방 주인 강대만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의 비공식 합동 수사작전을 다룬 작품. 셜록을 꿈꾸는 평범한 가장, 강대만 역을 권상우가 열연했으며 레전드 형사 노태수는 성동일이 연기했다.
좌충우돌 두 남자의 합동 수사기는 웃음을 제공하는 한편, 브로맨스 권상우와 성동일의 찹쌀떡 같은 호흡 역시 '탐정'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이렇듯 이번 추석 극장가엔 여배우는 없다. '사도' 속 혜경궁 역의 문근영, 영빈 역의 전혜진 등 여배우들이 시선을 사로잡긴 하지만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닌 상황. '서부전선'에선 여배우를 찾아보기 힘들며 '탐정' 역시 서영희가 권상우의 아내 역할로 나오지만 그 역시 전면에 나섰다고 보긴 어렵다.
올 상반기, '차이나타운'의 김혜수-김고은, '협녀:칼의 기억'의 전도연, '암살'의 전지현 등 여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며 '충무로 여배우 갈증'을 해결하는 듯 했다. 그동안 충무로에선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시나리오가 부족했던 상황. 여배우들 역시 '여배우 중심의 시나리오' 부족을 토로하며 안타까움을 표해왔던 바 있다.
하지만 전지현이 '암살'로 천만 관객을 돌파, 김혜수-전도연 역시 남다른 활약을 선보이며 충무로 여풍을 주도하는 듯 싶었지만 금세 여풍은 사그라든 모양새다.
때문에 추석 극장가 대전을 바라보는 시선엔 한국 영화 활약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여배우 실종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도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