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고소영 구설? 문제 해결 방식은 '프로'다웠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9.25 13: 24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배우 고소영이 일본계 금융회사 광고 모델 계약을 철회한 건 자신의 결정이 잘못 됐다면 뒤늦게라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동이었다. 고소영 본인이 모델 하차 요구의 당사자이고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 만큼 해당 회사에 출연료 반납 뿐 아니라 위약금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하려한 움직임만큼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런 문제를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수 보다 중요한 건 그에 대한 사후 대응일 텐데 비교적 빠른 입장 정리와 명확한 태도로 이를 만회했다는 생각이다. 2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소회를 밝힌 고소영은 ‘인터넷을 통해 비난 여론이 불거진 당일 바로 계약 철회를 결심했고 해당 회사에 이런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보통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일단 뜸들이고 시간을 끌다가 밥을 태워먹는 게 인지상정인데 고소영은 달랐다. ‘금융 그룹 이미지 광고일 뿐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저축은행, 캐피탈회사의 모델로 나서진 않는다’고 팩트를 알렸지만 대중들의 여론이 싸늘해지자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결정으로 선회한 것이다. 

문제를 알고 있는 자, 답을 알고 있다는 말이 있다. 고소영 역시 자신을 간판으로 내세운 이 회사가 서민을 상대로 한 대부업을 주 매출처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지했을 것이다. 배 보다 배꼽이 큰 살벌한 대출 이자 때문에 서민 경제가 타격을 받자 정부가 이자 상한선을 손질했음에도 여전히 한번 손대면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려운 개미지옥으로 불릴 만큼 대부 이자는 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게 현실이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고소영 측은 ‘대부업과는 별개로 그룹 이미지 광고에만 출연한 것’이라며 ‘계약도 6개월 단발’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설명은 건너뛰는 게 나을 뻔했다. 궁금증이 해소되며 ‘아 그랬구나’가 아니라 더 큰 논란과 빈축을 낳으며 부메랑이 된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와 상품성을 고려해 광고 시안과 콘티까지 수정을 요구하는 게 요즘 광고 모델들인데 고소영 측이 대중들의 기대와 주파수가 다른 해명을 내놓았던 것이다. 
팬들은 ‘경솔했다’ 같은 사과까진 아니어도 ‘의도치 않았지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즉시 점검해보겠다’는 소통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대치가 실현되지 않자 ‘왜’는 금세 원망과 실망으로 둔갑했다. 사실 고소영의 이 광고는 법적, 도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J가 금감원의 영업권 허가를 받은 곳인데다 (쓰고 싶어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급전을 빌려 쓸 수 있는 창구로 이런 대부 회사들이 우리 곁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 또한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본계라는 점 때문에 비난이 더 가열됐지만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마저 허무는 와중에 이는 지나치게 옹색한 시각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유니클로와 SK2, 도요타 광고 모델도 이참에 모두 왜색이라며 싸잡아 비난해야 하는 걸까. 아마 고소영이 대부업 광고 모델로 나선 것에 대한 불편함과 실망감이 전제된 상황에서 그 회사가 하필 일본계라 더욱 못 마땅해 보이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다. 
고소영 측이 아꼈다면 더 나았을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가만히 있자니 침묵으로 일관, 대중과의 소통을 가볍게 여긴다는 괜한 역풍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일단 원론적인 대응으로 급한 불을 꺼보자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 광고 계약서에 빼곡하게 기입된 갑을간 준수사항과 페널티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종 결정을 위해 일본 본사의 공식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데드라인과 초조함도 겪었을 터다. 
대부업 광고는 그간 많은 연예인들을 울게 만들었다. 작년 ‘명량’으로 최다 관객을 동원한 배우 최민식도 한때 찜질방을 배경으로 ‘돈 빌려 쓰라’는 대부 광고에 출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가 ‘올드보이’로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반감이 크진 않았을 것이다. 
대중들이 생각할 때 ‘당신 정도 급이면 굳이 이런 광고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심리적 지지선이 있게 마련인데 이 기준점이 흔들릴 때마다 종종 문제가 되곤 한 게 바로 대부 광고다. 지금도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을 돌리면 가장 자주 접하는 광고가 바로 이런 광고다. 중후한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부 광고도 요즘 틀면 나온다. 흥미로운 건 이 광고는 전혀 문제가 되지도, 삼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상식과 정서적인 잣대를 들이댔을 때 대부 광고 출연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이들이라고 모두가 용인하기 때문이다. 
이번 고소영의 대부 광고 논란은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가 한결 높고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일종의 소동극이었다. 먹고 사는 게 빠듯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부 이자까지 물고 사는데 굳이 당신까지 이런 광고에 나와 상대적 박탈감을 줘야 하느냐는 일종의 실망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때 나이대가 맞지 않는다며 지오다노 광고 재계약을 스스로 거절해 광고계의 귀감이 된 ‘장동건이 옆에서 더 조언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대중들의 회초리를 새겨듣고, 비용과 진통을 감수하며 뒤늦게라도 유익한 결정을 내린 고소영의 문제 해결 방식에는 박수를 보낸다. /bskim0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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