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은 전국민이 알고 있는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다. 90년대 데뷔한 그는 최근까지도 자신의 이름을 건 노래를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는, 여전히 감각있는 뮤지션이다. 그런 그가 보여주는 최근의 행보는 특별하다. 다양한 장르의 후배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색다른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 그 누구보다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박진영이기에 후배 가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박진영과 거물 래퍼 피타입의 콜라보레이션은 훈훈한 미담까지 더해져 음악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너만 있으면 돼'는 박진영의 곡으로 한 의류 업체와 JYP엔터테인먼트 BGM 콜라보레이션의 일환으로 진행,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상업적인 기획도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박진영이 파트너로 피타입을 택했다는 점은 의외다. 피타입이 아니어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래퍼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4' 등의 프로그램으로 인기 힙합 아티스트들이 봇물을 일루고 있는 때가 아닌가? 그러나 박진영은 '쇼미더머니4'의 예선에서 떨어져 안타까움을 줬던 피타입을 자신의 파트너로 택했다. 그의 모습에 특별한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이 곡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SNS에 "피타입이 '쇼미더머니4'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너무 감정이입이 됐다. 이제 나도 선배들보다 후배들이 많은 나이가 되어서인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런데 왠지 그를 위로해줄 한 여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여자에 관한 곡을 쓰고 모르는 사이임에도 연락처를 물어 전화를 했더니 진짜 그에게는 아직 결혼식을 올려주지 못한 소중한 아내가 있었다"며 "진심으로 만들고, 노래하고, 랩한 곡 '너만있으면돼 '가 내일 정오에 공개됩니다"라고 곡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박진영과 피타입의 만남은 사실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썩 어울린다고 말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박진영은 대중적이면서도 알앤비·소울의 느낌이 강한 댄스곡을 위주로 선보여왔고, 피타입은 한국형 래퍼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묵직한 느낌의 래퍼다. 음악적인 색깔의 교차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하지만 이 곡은 공개된 후 음악 팬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곡이 좋은 것도 좋은 것이지만, 일면식이 없는 가요계 후배의 사연으로 곡을 만들고 먼저 협업을 제안한 박진영의 아량이 칭찬을 받고 있다.
박진영의 협업들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처럼 그가 콜라보레이션의 파트너로 까마득한 후배들을 택한다는 데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SBS 'K팝스타' 출신 버나드박, 박지민, 정승환, 이진아 등과 콜라보레이션 음원을 냈다. '잠수교'(박진영, 정승환), '부산에 가면'(박진영, 버나드 박, 박지민), '공항가는 길'(박진영, 이진아)는 박진영의 색깔에 젊은 아티스트들의 신선한 감각이 더해져 좋은 평을 받았다.
박진영은 본래 색다른 아이디어가 넘치는, 통통 튀는 뮤지션이다. 이는 그가 20년이 넘도록 '현역가수'로 정상을 지킬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후배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끌어주는 그의 '후배 사랑'은 새삼 신선하면도 바람직한 변화로 읽힌다. 이제는 가요계의 대선배로 후배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프로듀서 JYP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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