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되기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를 돌아봐’. 과연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방송이 될까. 조기종영되지는 않을까. 시청자들을 걱정반 호기심반으로 ‘나를 돌아봐’를 지켜봤다. 여전히 통제불능, 난리법석인 방송. 하지만 신기하게 그 속에 웃음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 어느새 무질서가 이 방송의 캐릭터가 돼 버렸다. 25일 방송은 통제불능, 무질서의 결정판을 보는 듯 했다.
KBS ‘나를 돌아봐’는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을 이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방송계 대표 노장 김수미, 조영남, 송해를 박명수, 이경규, 조우종이 매니저가 돼 보필(?)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수미, 조영남의 이탈로 구설수에 올랐고, 방송 초반 최민수가 불미스런 일로 하차하는 등 탈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방송이 진행되면서 점점 자신만의 색깔과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툭하면 화를 내는 조영남의 모습도 익숙해졌고, 갑작스럽게 가무를 쏟아내는 조수미도 이제 당황하지 않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의 그런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다.
25일 방송에는 처음으로 출연진 6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합류한 송해는 제일 먼저 와서 기다렸고,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그는 나타나지 않는 출연진에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조영남이 등장하자, 지각부터 혼냈다. 아무도 컨트롤할 수 없었던 조영남였지만, 대선배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는 후배였다. 진땀을 흘리고 변명을 하느라 버벅댔다.
조우종은 출연진이 모두 모이자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늦은 이유와 변명을 쏟아내느라 오프닝을 하는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렸고, 첫 게임을 시작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막내 조우종은 선배들을 컨트롤하지 못해 진땀을 뺏고, 버럭 5인방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탓에 녹화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박명수의 버럭에 송해는 “어디서 반말이냐”고 버럭하고, 조영남은 윷놀이를 처음 해본다는 이경규에 버럭했다. 심지어 조영남은 녹화 도중 전화를 하기도 했다.
송해가 노래를 부르면 김수미가 갑자기 스카프를 휘두르며 춤을 췄고, 녹화장은 금새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그런데 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보다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 듯해 웃음이 쏟아졌다. 오히려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그 어떤 예능보다 편안해지는 방송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출연진에 제작진들은 진땀이 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또 ‘나를 돌아봐’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많은 즐거움과 웃음 선사해주시길, 그래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 bonbon@osen.co.kr
‘나를 돌아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