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먹을 줄 아는 두 남자가 만났다. 백종원이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재료와 조리 과정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요리에 대한 맛을 전달한다면 김준현은 요리의 맛을 보고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맛깔 나는 소감으로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한다. 스타일은 대조적이지만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아는 두 남자의 찰떡같은 ‘먹방 케미’는 회를 거듭할수록 쫄깃해져 프로그램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이하 ’3대천왕‘)’에서는 한국인의 든든한 한 끼 칼국수가 주제로 등장했다.
고유의 특색을 가진 독특한 지역 칼국수를 찾아 나선 백종원은 ‘백설명’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칼국수 먹방’을 선보였다. 강원도 강릉에서 현지인들만 찾는다는 장칼국수 집을 찾아간 백종원은 면을 먹기 전 국물 맛을 보며 본격적인 맛 분석에 들어갔다. 보통 장칼국수는 칼칼한 맛이 있는 데 반해 이 집의 칼국수는 구수하면서도 칼칼하다고 전한 백종원은 이어 면의 식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칼국수 면을 한 입 맛 본 후 숙성 면이라고 말한 그는 “숙성 면은 식감이 쫄깃쫄깃한 반면 숙성하지 않고 바로 밀어서 잘라 먹는 즉석 면은 밀가루 향이 살아있어 구수한 맛이 있다”며 요리 전문가다운 정보를 제공했고, 이어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 비법은 바로 면이 흘러내리는 걸 막기 위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면을 돌려서 먹는 것. 이어 백종원은 양손을 사용해 칼국수를 먹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백종원은 “두 손으로 먹게 될 경우 면을 먹고 바로 국물을 마실 수 있다”며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두 번째 비법을 공개했다. 직접 시범까지 보인 백종원은 “과학적이쥬?”라며 자랑스레 얘기했고,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준현은 “뜨끈한 요리는 저게 기본이다. 면이 있을 때 국물이 들어가야 한다”고 동조하며 백종원과의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김준현 역시 ‘먹선수’다운 칼국수 먹기 스킬을 공개했다. 그는 “(칼국수는) 면이 무겁기 때문에 계속 미끄러진다”며 “백설명님은 말아서 올리시지만 저는 젓가락과 그릇의 간격을 최소화 한다”고 강조했다. 뒤통수가 개방 될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며 평소 칼국수를 먹을 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김준현을 백종원은 연신 흐뭇한 ‘아빠 미소’로 지켜봤다.
먹을 줄 아는 두 남자의 교감은 김준현이 명인들의 요리를 맛보는 코너에서도 이어졌다. 앞서 백종원이 현지에서 먹고 온 강릉의 장 칼국수를 맛보러 나선 김준현은 국물과 닿기 전의 오동통한 면발을 먼저 먹은 후 “아주 심심하게 무친 고급 어묵 맛 같다. 육수가 배어들어 간 탱글탱글한 식감이다”라고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이에 백종원은 “어묵 같다는 표현이 맞는 게 어묵처럼 면을 육수에 끓였기 때문에 면에 육수의 향이 다 배어있는 것”이라고 김준현의 설명에 동조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음식도 잘 알아야 잘 먹는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식사가 아닌, 진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통해 삶의 이유와 즐거움을 찾는 두 사람이기에 그들의 ‘먹방’이 식상하지 않고 흥미로울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즐겨보길 바란다는 백종원과 식탁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하루 세 끼, 세 번은 정말 행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김준현의 말이 와 닿는 것 역시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될 진정한 미식가 두 사람의 ‘먹방 케미’를 기대해본다.
한편 '3대 천왕'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각 분야 TOP 3 맛집 고수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불꽃 요리 월드컵'을 벌이는 색다른 '쿡방'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25분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3대천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