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턴건’이라 불리며 위력적인 플레이로 링 위를 지배하던 파이터가 손바닥보다 작은 새끼박쥐에 줄행랑을 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줄은. 빈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탄탄한 바디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김동현의 이런 의외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니카라과’에서는 소모토 두꺼비 동굴에서 생존하는 병만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동현은 최우식과 함께 땔감을 구하기 위해 자신 있게 나섰다. 넘치는 힘으로 바위 틈 사이에 끼인 땔감을 발로 차내고, 물 위에 떠 있는 통나무를 한 손으로 건져 나르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던 상남자 파이터 김동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잠시, 갑자기 날아 든 새끼박쥐에 김동현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괴성을 내뱉으며 36계 줄행랑을 쳤고, “심장이 빨리 뛴다”며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김동현의 의외의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함께 땔감을 채집하던 최우식이 땔감에 묻은 흙을 바위에 털어내는 소리에도 김동현은 움찔하며 몸을 피했다. 최우식이 낸 소리를 박쥐 날갯짓 소리로 착각한 김동현은 “상대 주먹을 피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이미 부족원들 사이에서 이런 김동현의 겁쟁이 면모는 소문이 나 있었다.
하니와 잭슨은 김동현에 대해 “귀엽다, 여성스러웠다“라는 평을 내렸고, 김병만 역시 “(김동현이 정글에) 오기 전에 멧돼지, 악어 등 자기가 다 암바 기술로 해결 하겠다 해놓고 동물만 보면 도망간다”며 그에게 도시남도 아닌 ‘도시녀’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에 김동현은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머쓱해하면서도 “사자는 잡을 수 있다”며 뻔뻔한 허세를 부려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김동현은 ‘도시녀’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며 정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듬직한 상남자로 돌아왔다. 저녁 식재료를 찾기 위해 강 사냥에 나선 김동현은 김병만에게 맨손 낚시 법을 전수받았다. 초반에는 물고기 잡기에 실패하며 허당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방법을 터득해 연속으로 낚시에 성공했다. 식재료 조달에서 김동현의 활약은 계속됐다. 그는 현주엽과 턱없이 부족한 저녁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호기롭게 정글로 나섰고, 현지인들의 ‘아홉 띠 아르마딜로’ 사냥 장면을 목격했다. 현지에서는 두툼한 살점 때문에 요리 재료로 인기가 높다는 재료에 김동현은 굶고 있을 부족원들을 먼저 떠올리며 서툰 말로 협상에 나섰다. 말이 잘 통하지 않자 김동현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동정에 호소했고, 결국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먹기 위해 잡은 재료를 즉석에서 손질해 나눠주었다. 벼랑 끝에서 만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달린 김동현 덕분에 병만족은 만족스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유독 동물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겁쟁이라는 이미지를 얻기도 한 그지만 김동현은 역시 김동현이었다. 힘이 필요한 일엔 솔선수범으로 나서고, 함께 고생하는 동료를 위하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선 스포츠맨십이 몸에 배인 상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렇게 상반되는 매력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동현의 매력을 브라운관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정글의 법칙 in 니카라과' 편에는 김병만, 현주엽, 조한선, 김동현, 최우식, 하니, 잭슨 등이 출연했으며 지난 25일을 마지막으로 생존기를 마쳤다. / nim0821@osen.co.kr
[사진] ‘정글의 법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