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송해가 이렇게 웃길줄은 아무도 몰랐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9.26 08: 14

이 정도면 '탈한국' 예능이다. 아예 대놓고 웃긴다. 방송 초기의 온갖 소동들조차 이 프로라면 당연히 겪어야했을 과정으로 여겨질 정도다. KBS 2TV '나를 돌아봐'다. 출연자건 시청자건 제작진이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고 살펴보다 속을 다 드러내는 예능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프로, 체면과 허식을 내려놓고 계급장을 뗀 채로 시청자에게 다가오니까 더 재미있을 수밖에. 
송해부터 조영남 김수미 이경규까지, 대한민국 연예계 원로급이 총출동했다. 막내 이경규가 귀여워 보이는 수준이다. 이들을 모시는 매니저 역할의 세 MC도 여기서는 꼬리를 내려야 한다. MBC 간판예능 '무한도전'에서 큰 형님으로 무게를 잡던 박명수는 '헬'머니 김수미를 모시고 있다. 버럭하기는 커녕 김수미 '욕'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초반 산만했던 '나를 돌아봐'가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한국 예능의 산 증인이자 전설인 89세 송해의 투입이다. 조영남 김수미 이경규 박명수 등 자존심 세고 개성 강한 각 분야 최고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누군가' 역할을 송해이니까 해낼 수 있었다.

송해가 누구인가? 예술학교 출신으로 1955년 창공악극단에 들어가면서 연예계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허장강 구봉서 서영춘 등과 영화를 찍고 무대 공연을 했던 사실 자체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에 KBS '전국 노래자랑' 마이크를 잡더니 벌써 30년이다.
이제 그 앞에서 '선배' '원로' '나이'를 운운할 연예계 현역은 사실상 없다. 그런 송해가 '나를 돌아봐'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과 일상을 공개하며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로써 티격태격 톰과 제리처럼 앙숙이던 조영남-김수미 등 고참 출연자들이 넘지 않아야될 링 안으로 모두 들어왔다.
막상 모이고 나니 '천하무적 예능단'이 따로 없다. '나를 돌아봐' 6인 멤버가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던 25일 방송은 날 것 그대로의 예능이 얼마나 생생하고 웃기는 지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1. 리얼버라이어티의 고정틀이 되다시피한 출연진 첫 집합 촬영 장면. 약속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송해는 조우종과 함께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 놈들 봐라!" 인상을 쓰며 기다리는 송해.
#2. 한 시간 늦게 도착한 조영남과 이경규는 엄숙한 송해의 표정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를 했다. 이전 같았으면 "누가 감히 우리에게 뭐라고 해" 배째라 덤볐을 투캅스의 처절함에서 벌써 '빵' 터진다.
#3. 사과만 받고 끝낼 송해가 아니다. 그 속안에 천년 묵은 백사 청사에 능구렁이까지 다 들어 있다. "조영남이 나 오는 거 싫어했다던데.." 대침으로 쿡 찌른다. 당황한 조영남. "대선배님께서 우리 같은 잔챙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느냐. 이런데 모셔도 되냐 이런 뜻이었다" 변명에 진땀을 흘린다. 송해가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 "하긴 했네.."
난리법썩이었던 '나를 돌아봐' 새 멤버 첫 회동의 현장 모습은 이날 방송이 나간 후 오히려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한 마디로 "속 시원하게 웃긴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무조건 욕할 것이 아니고 본 다음에 평가하라"는 응원 글이 다수였다. '나를 돌아봐'의 당초 기획 취지가 온갖 고초와 논란을 뚫고서 살아나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는 멤버 교체와 프로 폐지라는 양방향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을 지켜온 제작진도 한 몫을 당당히 거들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 리얼리티 ‘나를 돌아봐’에는 조영남·이경규, 김수미·박명수, 송해·조우종이 출연 중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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