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트루디를 향한 시선은 그야말로 오르락 내리락이다. 등장과 함께 윤미래를 연상시킨 랩에 환호를 보내던 이들은, 그가 2회와 3회에 보여준 일련의 사건들로 싸늘하게 돌아섰다. 트루디는 어쩌다 비호감 급행열차에 올라탔을까.
지난 25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연출 고익조)에서는 참가 여성래퍼들이 영구탈락 미션을 위해 1대1 배틀을 진행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앞서 방송보다 먼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됐던 바로 그 대결이다.
1~2회 예열됐던 기싸움은 이날 제대로 폭발했다. 지난 미션에서 쌓인 앙금들과 자칫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참가자들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독기도 꽉 들어찼다. 이는 제작진과 이뤄진 인터뷰나, 1대1 배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키디비와 헤이즈의 경쟁, 예지와 문수아의 기싸움도 있었지만,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무래도 트루디와 안수민의 대결 구도였다. 앞서 보여준 랩이나 결과로 따져놓고 본다면 트루디의 승리가 예상됐던 상황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트루디의 입에서, 게다가 상대를 깔아뭉개는 듯한 비아냥으로 듣고 싶었던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트루디는 "쉬어 가려고" 안수민을 택했다고 발언했다. 게다가 "고깃집 알바나 하라"는 투의 발언은 경솔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트루디에 대한 인성을 꼬집는 반응이나, 트루디의 랩을 놓고 '윤미래 짝퉁'으로 힐난하는 모습도 온라인을 가득 뒤덮었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랩 대결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본진 '쇼미더머니'와 차별점을 꼽는다면, 캣파이트가 안기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절대적으로 '악녀'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인 만큼,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의 성공은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게 사실. 힙합과 랩이라는 특성상, 악녀를 허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트루디는 방송에 익숙하지 않다. 공연장에서의 랩 무대를 보고 제작진이 직접 섭외했다는 일화는 제작발표회장에서 공개됐던 터다. 처음 뛰어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아마 다양한 인터뷰를 했을 테고, 여러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겼을 게 분명하다. 이는 '언프리티 랩스타2' 제작진에 의해 선택 편집된다. 트루디가 모두를 주목케 했다가, 결국 이렇게 비호감으로 전락할 거라는 것을 제작진이 몰랐을리 없다.
물론 제작진의 말대로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런 부분을 취사 선택해 나열할 수는 있다. Mnet이 이제껏 보여준 '악마의 편집' 특성을 감안하면 트루디를 이렇게 고꾸라지게 만들진 채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을 게 뻔하다. 지금 '언프리티 랩스타2'의 이슈를 견인하고 있는 것도 분명 트루디요, (윤미래를 떠올리게 했다지만) 랩 스킬이 눈에 띄게 좋은 참가자도 트루디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랩 대결을 앞세웠지만, 늘 논란을 먹고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트루디 역시 3회가 끝난 현시점에서 평생 들을 욕을 다 먹고 있다지만, 어쩌면 4회나 5회, 아니면 더 막바지에 가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뒤늦게 편집해 보여주는 방식을 부여해 분위기 역전을 노릴 가능성이 짙다. 상황은 달랐지만 앞서 육지담도 그랬고, 블랙넛도 그랬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예전에 없던 확실한 인기를 거머쥐었다.
트루디는 이제 막 세상에 오픈된 래퍼다. 분명 이제까지 화면을 통해 드러난 트루디의 모습은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는 점이 다분하나, 그걸 놓고 트루디라는 인간 전체를 속단해 평가하는 것 역시도 너무 위험한 사고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결국 '언프리티 랩스타2' 제작진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과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아닐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다. / gato@osen.co.kr
[사진] '언프리티 랩스타2' 캡처(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