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여자와 죽음의 고비에서 다시 살아난 남자의 만남은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고, 그래서 더 많이 아팠다. 죽음이 다가와도 냉정함을 유지했던 여자는 늘 자신을 지켜주고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남자 때문에 다시 살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그동안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삶, 죽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많은 이들과 판타스틱한 장례식을 진행했다.
26일 오전 방송된 SBS 추석특집드라마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극본 김은향, 연출 박선호)에서 장미수(경수진 분)와 박동수(최우식 분)는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미수는 적당히 속물이고 상당히 냉소적인 성격으로, 버림받고 배신당한 기억 때문에 죽음 앞에서 조차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3년 전 뇌종양을 치료받았지만 최근 다시 재발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반면 동수는 학창 시절 미수에게 첫 눈에 반해 전학까지 했던 순정남이지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동수는 다시 미수를 만나 그 동안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을 듬뿍 선물했다.
미수가 외롭고 힘들까봐 옆에서 보디가드 노릇을 톡톡히 했고, 미수가 진심으로 믿었던 남자 유세호(유하준 분)에게 또 다시 상처를 받자 동수는 세호에게 찾아가 사과해 달라고 애원도 했다. 미수가 시한부임을 다 알고도 진심을 다하는 동수에 마음을 돌린 세호는 미수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는 “그래도 박동수는 믿어봐”라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동수는 매번 미수에게 반했고, 미수 역시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동수에게 더 많이 빠져들었다. 미수는 장례식을 왜 준비하느냐고 묻는 동수에게 다섯 살 때 이혼을 하고 떠난 엄마가 괴로워하고 후회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동수는 “엄마가 알아주길 바라는 거다. 엄마 없이 잘 살아왔다고”라며 미수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미수는 갈수록 동수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깨닫고 일부러 그에게 독설을 하면서 밀어냈다. 하지만 동수는 그런 미수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미수가 있는 병원을 찾아낸 그는 과거처럼 장미 그림을 선물했다. 동수의 진심을 다시 깨달은 미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식 받은 심장에 또 다시 이상이 생긴 동수는 심장 이식을 받지 않기로 결심, 미수와 남은 생을 더욱 행복하게 보내기로 했다. 이후 미수는 친모(김청 분)를 만나 그간의 응어리를 지워냈다.
미수는 동수와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준비했다. 그리고 동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또 미수는 많은 이들 앞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멋지게 제 인생을 마무리 하고 싶었다”며 “얼마 전에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예전의 저였다면 생각지 못할 일이었는데 지금 제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나의 심장보다 머리가 먼저 멈춰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미수는 동수에게 심장 이식을 했고,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숨쉴 수 있게 됐다.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은 삶의 끝자락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27살 동갑내기 청춘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2부작 드라마다. / parkjy@osen.co.kr
[사진]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