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예능 '신서유기'는 나영석 PD의 통통 튀는 기획력이 집약된 예능이다. 방송이 아닌 웹을 통해 예능을 공개한다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무엇보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재치가 돋보인다. '1박2일'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가 모두 그랬지만, '신서유기'의 반응이 유독 더 뜨거운 이유는 바로 나 PD의 재치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신서유기'의 처음과 끝에 나영석이라는 예능 PD가 꼭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신서유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4~5개의 클립을 공개한다. 확실히 방송에서보다 표현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 국민 예능을 이끌었던 '1박2일' 멤버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과 이승기, 그리고 나 PD의 앙숙 '케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본편 20개 영상이 3083만뷰를 넘어섰다.
특히 이 멤버들이 영광의 시절을 답습하거나 비슷한 형식으로 예능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볼 모으기에 열 올리는 '서유기' 멤버들로 변해 여정을 떠났다는 점이 재미있다. 가장 죄가 많은(?) 멤버를 손오공으로 설정하고, 그런 손오공을 다스릴 수 있는 삼장법사에게 무게(카드)를 두면서, 저팔계와 사오정 캐릭터까지 딱 맞춤으로 완성해 놨다.
이렇듯 빈틈없이 딱 맞게 짜놓은 각본 같지만, 실상은 완전 리얼 예능이라는 점이 나 PD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대목이다. '1박2일'을 하며 네 멤버와 워낙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지만, 기획하고 빠르게 판단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나영석 PD의 능력은 참 탁월하다.
연신 '쮸빠찌에'를 외치는 강호동의 다소 예스러운 예능을 절묘하게 편집해 웃음을 주고, 신발 실종사건으로 미션에서 꼴찌한 은지원의 과거 이력을 쭉 펼쳐놓으며, 굶고 있는 은지원 옆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이 바로 나 PD. 멤버들과의 여전한 앙숙 케미가 재미를 주고, 더 기발해진 미션이 신선함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오전 공개된 클립에서는 특히 '경모를 찾아라' 게임과 나 PD의 은지원 골려주기가 재미를 이끌어냈다. '신서유기' 남경모 PD에게 드래곤볼을 쥐어준 후, 멤버들에게 30분 안에 사람들이 몰린 회족거리에서 남 PD를 찾아오는 미션을 준 것. 남 PD의 기지가 발휘되면서 나 PD와 시너지를 이뤄 미션 실패로 이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나영석 PD는 아침 식사 미션에서 꼴찌를 차지한 은지원에게 킥보드를 주차(?)해주면서 발렛비까지 요구하는 캐릭터다. 물론 네티즌은 여기서 큰 재미를 느꼈다는 반응이다.
'1박2일' 복불복 미션 등을 통해 종종 앵글 안에 등장했고,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에서는 이서진과 티격태격하며 케미를 이뤘던 나 PD. 그냥 예능 PD라고 하기에는 그도 방송인 못지않은(혹은 뛰어넘는) 재치와 순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제작진마저 예능인으로 만드는 기발한 미션의 세계까지 갖추고 있는 그다.
하루 세끼 밥해 먹는 것도, 할배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리고 고전 '서유기'까지 모두 완벽한 예능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나영석 PD. '신서유기'를 통해 새삼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