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주말의 영화 특집을 통해 외화 더빙에 도전한 것은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하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이 묻어났다. 외국 작품을 자막으로 보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더빙은 온전한 작품을 느끼지 못 하는 것 아니냐며 더빙판을 멀리 했던 것이 사실. 자막은 자막대로, 더빙은 더빙대로의 매력이 있는데 말이다. ‘무한도전’은 성우들이 맛깔스럽게 연기를 하는 더빙판의 매력을 전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영화 ‘비긴 어게인’ 목소리 연기에 도전하는 과정이 담겼다. 성우들은 외국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는 물론이고 숨소리까지 따라 하기 위해 집중해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실감나는 연기 덕에 영화를 보는 몰입도가 높았다.
외국 작품을 보는데 있어서 자막과 더빙판은 장단점이 있다. 자막은 아무래도 본 작품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몰입도가 떨어질 게다. 더빙은 본 작품과 다른 구석이 있겠지만 집중도는 더 높을 수 있다. 더욱이 더빙 연기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대사나 장면을 걸러내서 전연령층이 보는 TV 영화에 적당한 면이 있다. 취향에 따라, 외국어 능통 수준에 따라 자막과 더빙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충성도가 높은 미국 드라마의 경우는 더빙판에 대한 일부의 반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명절마다 안방극장을 찾던 외화의 숫자가 줄었고, 큰 흥행을 기록했던 한국 영화가 대체하면서 성우들이 설 자리가 줄었다. ‘무한도전’이 이번에 추석 특집으로 더빙 연기에 도전한 것은 이 같은 성우들이 과거 외화가 인기를 끌던 시절과 다른 분위기라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을 리가 없다. 사라져가는 것들, 소외를 받는 것들에 대한 예의인 셈이다. ‘무한도전’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관심을 갖고, 잊히는 문화에 시선을 돌리는 일이 많았다. 성우들의 연기를 보며 추억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시청 형태를 위한 더빙판의 존립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성우 연기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놀라운 연기력을 가진 성우들이 외화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은 성우들의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자막이 아닌 성우들의 연기를 통해 탄생해 듣는 작품 역시 매력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성우 더빙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일부의 원작 팬들의 편견을 조금은 줄이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던 것.
멤버들의 예상 외 연기력도 돋보였다. 정통 코미디언 출신인 유재석은 물론이고 오랜 라디오 DJ 경력이 있는 하하는 ‘비긴 어게인’의 남자 주인공인 댄 역을 맡아 섹시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잘 소화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빙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멤버들이 연기하는 영화를 마주하는 일. ‘무한도전’ 멤버들이 더빙에 참여한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은 오는 29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